1억 벌면 나쁜 임대인?...정부, "임대료 감면보다 세금 감소 커 기준 도입"

입력 2020-12-29 12:04
수정 2020-12-29 16:00

정부가 착한 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면서 고소득자는 배제하기로 했다. 임대료를 똑같이 인하해도 착한 임대인과 덜 착한 임대인으로 나눠 혜택에 차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금 감면액을 임대료 감면액 미만으로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9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에서 착한 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상가 건물주가 입주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깎아주면 인하액의 50%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낮춘 임대료의 절반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내년 6월까지 연장됐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은 세액공제율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낮춘 임대료의 70%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혜택 확대를 적용받는 임대인의 소득 기준을 새롭게 도입했다. 종합소득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임대인에겐 혜택을 더 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임대료 부담이 큰 주요 상권의 경우 임대인의 종합소득은 대체로 1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혜택 확대에 따른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 경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편가르기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종합소득이 1억원 이하인 임대인은 착한 임대인, 1억원 초과자는 덜 착한 임대인 또는 나쁜 임대인으로 규정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부는 각종 편가르기 정책을 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주택자만 재산세 인하 혜택을 준다든지,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율을 과도하게 높이는 등의 정책을 폈다. 상위 1% 소득구간의 세율을 크게 높인 것도 이같은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편가르기가 정책효과를 희석하고 사회의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제도가 편가르기 대책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 정책을 설계한 기획재정부는 종합소득 1억원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세금 감소 규모가 임대료 인하 규모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추산에 따르면 종합소득 1억원이 넘는 임대인의 세액 공제율을 70%로 높일 경우, 임대 소득 감소로 인한 세액 감소분과 착한 임대인 제도에 따른 환급액을 더하면 실제 임대료 감면액 이상을 환급받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임대료 100만원을 깎아주는 사람에게 110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합소득 1억원 초과자는 기존처럼 감면액의 50%를 환급받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형 건물 소유주 등이 이번 대책으로 더 큰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