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 백인성 교수 연구진, 육식공룡이 초식공룡 공격 모습 발견

입력 2020-12-29 10:18
‘무리에 뒤처진 초식공룡을 육식공룡이 공격하던 순간이었다’
부경대 백인성 교수 연구진, 울산 유곡동 공룡발자국 연구결과 공개


울산 유곡동의 공룡발자국이 남겨질 당시(백악기)의 상황을 개략적으로 복원한 모습 .부경대 제공.

한반도 공룡시대 호숫가에서 무리에 뒤처져 따라오던 초식공룡 한 마리가 육식공룡에 의해 공격당하는 긴박한 상황이 담긴 흔적이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경대학교 백인성 교수(지구환경과학과) 연구진은 울산시 중구 유곡동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2호)에서 초식공룡의 무리생활과 육식공룡의 단독 사냥 습성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고 29일 발표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전기 백악기말(약 1억 년 전)에 이 유곡동 화석산지에 찍힌 6개의 보행렬을 이루는 50여 점의 공룡발자국화석에서 이들 보행렬이 거의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발바닥 피부인상화석이 보존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화석산지 내의 보행렬을 이루는 공룡발자국들의 대부분에 피부인상이 남아 있는 경우는 국내에서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백 교수 연구진이 이 보행렬의 보존 상태를 바탕으로 공룡들의 행동특성을 분석한 결과, 무리에 뒤처져 따라오던 초식공룡(조각류) 한 마리를 육식공룡(수각류) 한 마리가 사냥하는 장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늘날 호랑이나 표범처럼 백악기 육식공룡도 단독 사냥 습성이 있었다는 것을 화석발자국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다.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초식 공룡이 호숫가에서 무리를 이루며 함께 이동한 새로운 증거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이 같은 화석기록은 한반도 공룡시대에 울산 남구 유곡동 공룡발자국화석산지가 평원에 발달한 호숫가 지역이며, 이곳이 오늘날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처럼 가뭄 시기에 공룡들의 중요한 생태 공간으로 이용되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의 이공학 개인기초연구로 수행된 이 연구논문은 국제지질과학연맹(International Union of Geological Sciences)이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Episodes 2020년 4호(12월)에 게재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