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아도 빠듯"…코로나에 '부업' 뛰어드는 직장인들

입력 2020-12-29 10:45
수정 2020-12-29 15:40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10년차 직장인 이모씨(38)는 최근 온라인 부업을 해보려고 퇴근 후 인터넷 강의(인강)을 듣고 있다. 강의의 제목은 ‘수익형 블로그’나 ‘네이버 구매대행’. 그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월급 상승은 기대하기도 힘든데 부동산 가격과 체감 물가는 뛰고 있다”며 “별다른 투자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고 해 애들 학원비라도 벌어볼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업에 뛰어드는 직장인들이 소리없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진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서다. 수요가 느는 기술을 익힌 뒤 프리랜서 일감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겸업 금지 조항 피해 '기웃'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는 부업은 온라인 판매 채널 운영이다. 해외 구매 대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과 관련한 온라인 강좌는 인기가 높다. 유튜브의 무료 강좌 뿐만 아니라 클래스101과 같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유료 강좌도 인기다. 직장인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급 정보와 마케팅 요령, ‘겸업 금지 조항’을 피해가는 팁 등을 공유한다.

도보 및 자전거를 이용한 배달일은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부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GS25가 운영하는 도보배달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 가입자는 지난 8월 중순 1000명대에서 이번 달 5만명대로 늘었다. 4개월 새 50배 증가했다. GS25 관계자는 “90세 할머니 가입자도 있을 만큼 누구나 쉽게 배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늘자 전문직도 참여

전문직 인력이나 고학력자도 부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판교의 한 정보통신기술(IT)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는 김모씨(30)는 틈날 때마다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업계 주변 동료들 중 절반 가량은 오프라인 일대일 강의나 온라인 수업을 여는 등 자신만의 부업거리를 갖고 있을 정도”라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보장되고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취미 모임 모바일앱인 ‘소모임’에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영상 편집 기술이나 SNS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진촬영 기술 등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재능거래 플랫폼 크몽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업 관련 정보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지난 8월부터 취업·투잡 카테고리가 확대됐다. 크몽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관련 서비스 등록이 500~600% 급증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능거래 플랫폼인 숨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53만명 중 절반 가량인 27만명이 부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변하는 사회…부업 더 찾을 것"‘부업하는 직장인’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가 지난달 설문조사한 결과 ‘부업·사이드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현재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3%였다. 직장인 66%는 ‘아직 하고 있진 않지만, 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는 직장인은 1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시대에 부업 열풍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 경제가 이미 일상화된 가운데 당장 5년 뒤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고 부업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영/안효주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