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는 29일 이른바 '조국 백서' 추진위원장이었던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실명이 적힌 편지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2차 가해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삐뚤어진 채 굳어버린, 진영에 대한 맹신이 인간을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며 이같이 적었다. "자기편 비리 감추는 진영논리 지긋지긋"안철수 대표는 "솔직해지자. 피해자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볼 정도로 몰입해서 한 자 한 자 읽었으면서 피해자의 이름은 눈에 안 들어왔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라며 "피해자에 대한 공개 질문이 2차 가해가 된다면 공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사회적 고발에 따른 시민의 질문 권리가 묵살되는 것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는 공인이지만 피해자는 공인이 아니다. 공인이 아닌 피해자가 공개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시민의 권리를 박탈한 사람,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할 상황에서 진실을 감추고 도망친 자들은 누구인가. 수년 동안 서울시청 6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공개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그들에게 해야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해자들에게는 침묵하고 피해자에게만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어떻게 시민의 권리가 될 수 있는가"라며 "손편지의 내용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피해자다움의 여부를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법의 심판을 비켜 간 수많은 성범죄자들을 옹호했던 주장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편의 비리는 감추고 두둔해서 합리화시키려는 진영논리가 참으로 무섭고 지긋지긋하다"고 전했다.
"몰염치한 다중 가해 행위가 불행 가중시켜"안철수 대표는 "이렇게 끼리끼리 밀어주고 감싸주는 전근대적 패거리 문화가 우리 정치를 피폐하게 만들고 한국 사회를 분열로 몰아갔다"며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연이은 성범죄는 시민의 불행이자 국가의 불행"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대표는 또 "그 불행을 가중시키는 것이 이런 몰염치한 2차, 3차, 다중 가해 행위”라며 "진실을 알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이미 진실을 밝힌 피해자를 모욕할 것이 아니라 전임 시장의 휴대폰 내용을 공개하도록 유족들을 설득하면 될 일이다. 공인인 가해자가 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자료에 진실을 묻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민웅 교수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무분별한 추가 가해 행위를 중단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김민웅 교수의 행동에 부화뇌동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중하기 바란다"며 "피해자를 마녀로 몰아 가해자의 조작된 신화를 지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