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지방자치단체 자금을 예치하는 ‘금고 은행’ 유치 경쟁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대형 지자체뿐 아니라 시·군 금고와 교육청 자금을 굴리는 ‘교육 금고’도 속속 차지하고 있다. 지자체·교육청 금고는 이자를 적게 줘도 되는 요구불예금을 단번에 거액 확보할 수 있어 은행들이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금고심의위원회는 2024년까지 도예산을 맡길 ‘제 1금고 은행’으로 농협은행을 선정했다. 농협은행이 경기도 예산 중 ‘일반회계’ 자금을 운용한다. 교통시설자금 등 특별회계자금을 맡는 2금고 은행에는 국민은행이 선정됐다. 경기도의 1년 예산은 40조원가량이다. 1금고 은행에 선정되면서 ‘광역시 지점 한 곳’의 자산을 한꺼번에 가져오는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적 성격이 강한 농협은행은 1960년대 이후 전국 지자체 예산을 대부분 맡아왔다. 지자체 금고 선정이 경쟁 입찰로 바뀐 200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전국 75개 시금고의 90%가량, 80여 개 군금고의 100%를 갖고 있다. 교육금고는 17곳 중 부산교육청(부산은행)을 제외한 16곳을 맡았고, 광역시도 금고는 17개 중에서 9개(1금고)를 보유하고 있다.
자금 운용뿐 아니라 각 지자체의 행정 수요에 맞는 금융 정보기술(IT)을 발전시켜 온 게 비결로 꼽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읍면 단위까지 행정에 맞춘 금융 수요를 처리하고, 교육청과 각급 학교와의 거래도 모두 처리하는 것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시중은행들이 따라한다고 쉽게 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1135개(상반기 기준) 지점을 보유한 점도 농협은행이 금고 유치전에 유리한 이유로 꼽힌다. 4000여 개 전국 단위 농축협 지점과 연계하면 ‘세금 납부 편의성’ 등의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최근 은행들이 수익성 강화를 꾀하면서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려는 경쟁은 더욱 심화했다. 지자체에 협력 사업비(기부금)를 많이 내겠다며 입찰에 참여하기도 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결국 행정 파트너로서 지자체 등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가 시금고 역할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