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배민 인수 제동, 정부가 디지털 경제 역동성 외면"

입력 2020-12-28 14:04
수정 2020-12-28 14:13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명령한 데 대해 벤처업계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악영향을 끼칠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스타트업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가 산업계와 많은 전문가의 반대 의견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코스포는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얼마든지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오픈커머스 사업자가 음식 배달 시장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진출하고, OTT 사업자가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고, 유통업자가 물류업에 진출하는 등 산업 간의 경계 없이 플랫폼을 넓히는 게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공정위 결정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글로벌 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글로벌 진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혁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DH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약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을 신청했다. DH가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당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의 가장 바람직한 엑시트 사례”라면서 우리나라 벤처 투자 시장을 활성화할 큰 계기라고 해석했다.

이날 공정위는 DH가 배민을 인수하려면 6개월 안에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요기요 운영사)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DH가 배민을 인수하면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까지 모두 합쳐 총 99.2%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는 게 공정위 지적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