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대리하는 여성·시민단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피해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조국백서' 추진위원장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페이스북에 A씨의 실명을 노출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피해자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실명을 유출한 시 관계자들에 대해 시 차원의 징계와 경찰 구속 수사를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10월에도 청와대와 여성가족부에 피해자의 2차 피해 대응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피해자의 실명과 직장명을 네이버밴드에 공개한 사람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또다시 인권침해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과도할 정도로 자행되어 왔다"면서 "서울시·여성가족부 등이 이를 방조하고 있고, 경찰도 법적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가 업무를 수행할 당시 기록들이 유출·유포되고 있다"며 "해당 자료를 확보하고, 선별해 맥락을 삭제한 채 게재 및 유포하는 행위는 위력 성폭력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 실명이 알려져서 피해자 가족들까지 '피해자가 맞느냐'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이러한 2차 가해·인권 침해가 이어지면, 앞으로 어떤 피해자가 나설 수 있겠냐"고 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시·여성가족부·경찰청 등에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조치 촉구 서한을 제출했다.
공동행동 외에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도 이날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이 A씨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제기했다. 법세련은 "김 교수는 수사에 영향을 끼칠 불순한 목적으로 피해자의 손편지를 공개한 것"이라며 "인권위가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이 인권교육을 받도록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