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뒤바뀐 윤석열·이용구…檢, 금주 택시기사 폭행 재수사

입력 2020-12-27 15:11
수정 2020-12-27 15:25

검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이 차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지가 뒤바뀌게 됐다. 경찰이 확인하지 못한 추가 증거가 나올 경우 내년부터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도 궁지에 몰릴 수 있어 관련 수사에 이목이 쏠린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성탄절 연휴가 끝나는 28일부터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할 계획이다.

대검찰청에 고발된 이 차관 사건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에 배당됐다. 이 차관과 함께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자현 3차장이 수사를 지휘한다.

이 차관은 지난달 6일 늦은 밤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가 서울 서초구 아파트 앞에 도착한 택시기사가 자신을 깨우자 기사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차관에게 단순 폭행죄를 적용하고 내사 종결 처리했다.

하지만 경찰이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점, 사건 발생장소에 대한 택시기사의 진술이 '목적지에 다왔을 무렵'에서 '경비실 앞'으로 바뀐 점, 경찰이 택시기사 대신 처벌 불원서를 써줬다는 주장 등 관련 의혹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수사 지휘를 지시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구 차장, 그리고 해당 사건의 주임 부장인 이동언 형사5부장이 이 차관과 함께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재 서울중앙지검 내 이 지검장의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 만큼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경찰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1차 수사종결권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검찰의 재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미처 잡아내지 못한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경찰 수사 능력에 대한 불신이 거론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향후 징계청구 취소 본안소송 준비에 주력하며 해당 사건이 4개월 이내 선고되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요청으로 제출한 답변서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윤 총장의 임기가 7개월 정도 남아있어 본안 1심 판결이 4개월 이내 선고된다고 하면 그때부터 정직 2개월의 처분이 집행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신문 등은 1회 기일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7일 기준 본안소송의 첫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앞서 서울행정법원이 '재판부 분석 문건은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는 문건이 제 3자에게 배포될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 배포 과정 등을 추가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에 불과해 본안소송 과정에서 충실히 해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