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에 써준대로 읽는 정치인들 최악"…작가 하루키의 쓴소리[정영효의 인사이드재팬]

입력 2020-12-27 13:14
수정 2020-12-27 13:28

일본의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일본의 정치가들이 최악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7일 주간 경제지 다이아몬드와 인터뷰에서 "많은 정치가들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만 한다"며 "일본 정치가의 근본적인 결함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총리(스가 요시히데 총리)조차 종이에 쓴 것을 읽을 뿐이지 않나"라며 "자신의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일본의 정치인은 최악"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코로나19와 같이 처음 겪는 사태에 대해서는 정치가도 틀리거나 잘못 내다볼 수 있다"면서도 "각국의 정치가들이 이러한 실패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비교해 보면 일본 정치가는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아베노마스크(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세대에 면마스크 2장씩을 배포한 정책)는 터무니없는 일이었습니다.', '고투 트래블(일본 정부의 여행진작책)을 지금 실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었습니다'라고 제대로 된 언어로 인정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면 국민도 '틀릴 수도 있지요. 지금부터 제대로 해주세요'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많은 정치가는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만 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이유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노변담화(경제붕괴 우려가 심화하던 1940년대 벽난로 앞에서 가족과 담소하는 분위기로 진행한 라디오 연설)와 제2차 세계대전 중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대국민 라디오 연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 등이 자신의 언어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한 정치인으로 거론됐다.

무라카미는 "이들에 비하면 지금의 일본 정치가는 어떻게 봐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데 하수"라며 "현 총리조차도 종이에 쓴 것을 읽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언론 노출을 자제하던 무라카미는 최근 들어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일본 정치와 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진정시키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인터뷰에서는 "일본 총리마저 비판을 받으면 제대로 답하지 않고 다른 비판으로 맞받아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