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경영진을 또다시 불러 공개 질타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도발적 당국 비판 이후 중국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앤트그룹이 본업인 '결제 사업'으로 돌아올 것을 지시했다. 이는 사실상 대출, 투자상품 판매 등 핀테크 업무 축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앞으로 앤트그룹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은 전날 합동으로 앤트그룹 경영진을 상대로 한 예약 면담(웨탄·約談)을 진행했다.
예약 면담이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국가의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띤다. 중국 당국이 앤트 그룹을 대상으로 예약 면담을 진행한 것은 지난달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은 27일 오후 관영 매체들을 통해 배포한 '기자와 문답' 형식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바바가 법률 준수 의지가 부족하고 당국의 규제를 경시해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판 부행장은 이번 예약 면담에서 알리바바가 지불이라는 본업으로 돌아오고 규정을 위반한 대출·보험·이재(理財·투자상품) 등 금융 상품 판매 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감독 당국이 각종 금융 관련 규정 위반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자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회사다. 알리페이의 연간 사용자는 10억 명이 넘는다. 하지만 앤트그룹은 알리페이 자체로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핵심 수익 창출원은 알리페이 앱 속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소액 대출과 각종 투자상품 판매다.
최근 중국 정부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를 단단히 손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달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반독점 감독 강화 및 자본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겠다는 새로운 정책 기조를 천명했는데 이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1차 면담 다음 날인 지난 11월 3일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를 불과 상장 이틀 전에 전격 취소시키는 초강수를 둬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는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인수합병(M&A)을 해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선택 강요 문제와 관련한 별도의 반독점 조사가 시작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