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와 이혼

입력 2020-12-27 18:47
수정 2020-12-28 00:20
올해 코로나 신조어 중 기억에 남을 단어에 ‘코로나 이혼’(코비디보스·Covidivorce)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로 인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혼이 늘면서 전문 변호사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 로펌인 스토위의 이혼상담 건수는 코로나 발발 이후 10월까지 전년 대비 41% 늘었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스타 커플이 45쌍 넘게 이혼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이혼이 급증하자, 한 숙박 스타트업은 집에서 나와 머물 공간으로 ‘일시 피난소’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부부가 집에서 부딪치는 시간이 늘어난 게 문제라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상시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90분이던 것이 코로나 사태로 15시간 이상으로 급증했다. 가사 분담, 자녀 교육 등 다툼으로 그동안 잠재됐던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달랐다. 코로나 사태 초기인 지난 1~4월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사건 건수(이혼소송 및 협의이혼 합계)가 작년 동기보다 10.6% 감소하더니, 실제 이혼건수(통계청 자료)도 올 들어 10월까지 8만845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코로나 이혼이 한국에서 비교적 잠잠한 이유로 △이혼비용에 대한 부담감 △코로나로 인한 법원의 잦은 휴정 △결혼건수 감소 등이 꼽힌다. 1~10월 국내 혼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한국 사회는 어려움이 닥치면 뭉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는 문화사적 설명도 있다. 그러나 2.0 이하였던 한국의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이 외환위기 발발 이후 3.4(2003년)까지 치솟은 것을 보면 그것만도 아닌 것 같다. 조이혼율은 2010년대 이후 완만하게 낮아지다 지난해 2.2를 기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1930~2014)는 결혼과 이혼의 이유로 비교우위에 기반한 ‘가구 내 노동특화 편익’을 제시한 바 있다. 선진국에 비해 한국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제적 지위가 낮다는 점에서 코로나 이혼이 적은 까닭을 설명할 수도 있다.

코로나 이혼이 계속 ‘먼 나라 얘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 종료 후에는 미뤄뒀던 이혼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인간사라는 게 그렇게 쉽게 예측할 수 있을까. 코로나 다음에 또 어떤 고난이 닥칠지 알 수 없다. 어려울수록 ‘가족의 연대’가 절실하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