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음원료 분쟁 '불난데 부채질'한 문체부

입력 2020-12-27 18:38
수정 2020-12-28 00:17
내년엔 1.5%, 2026년까지 1.9995%로 인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간 갈등을 중재하면서 내놓은 음악저작권 징수요율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왓챠,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콘텐츠서비스(OTT)업체는 내년부터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등의 음원이 들어간 영상물을 틀어줄 때 매출에 음악저작물관리 비율, 해당 연도 요율을 곱한 금액을 저작권자에게 내야 한다.

음대협은 강력 반발했다. 일방적으로 음저협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음저협은 그동안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의 사례를 들어 2.5% 요율을 제시했다. 반면 음대협은 0.625% 요율을 주장해왔다. OTT가 방송사의 ‘다시보기(VOD)’와 비슷하다는 논리에서다.

문체부는 그러나 OTT와 방송사 다시보기 서비스는 다르다고 봤다. 그 근거 중 하나가 ‘공공성’이다. OTT의 ‘전송’은 상업적인 목적이지만, 방송사는 공익 목적이라는 논리다. OTT 측은 “방송사 VOD 상당수는 유료고, OTT 콘텐츠 상당수는 무료다. 닮아가는 두 부문의 성격을 공공과 상업으로 분류하는 건 자의적 판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OTT업계가 황당해하는 건 또 있다.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나 해외 독점 콘텐츠도 전송하고 있어 다른 요율을 매겨야 한다는 논리다. OTT 측은 “그게 맞다면 다시보기 콘텐츠에는 기존 0.625%로 하고, 다른 콘텐츠에는 별도 요율을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일괄 요율은 행정편의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가 더 욕을 먹는 건 의견 수렴 절차다. 음대협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과 수차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게 문체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음대협은 이마저도 공평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견 수렴 채널인 음악산업발전위원회가 음저협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13명으로 구성된 3기 음산위는 OTT의 음원료와 정산 방식을 다루면서도 OTT 측 인사를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문체부는 OTT쪽 인사는 없지만 음원을 이용하는 ‘이용자’와 제공하는 ‘관리자’가 절반씩 구성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재가 되레 ‘새로운 갈등’을 낳는 이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음원에 대한 정당한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 OTT 업체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핵심은 모두가 수용할 만한 ‘적정요율’이다. 답을 내기 어려운 주제다. 객관적 논리와 충분한 대화가 그래서 필수다. 모두가 만족하지 못해도 서로 이해는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대협은 행정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중재에 나선 문체부가 소송 당사자가 될 수도 있는 민망한 상황이 됐다. 세금을 쓰는 소송을 치르기 전, 문체부는 과연 충분한 대화를 했는지부터 찬찬히 되짚어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