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생태계가 PC로 확장되고 있다. 클라우드를 이용해 파일을 공유하고 스마트폰의 문자, 전화를 PC에서 받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앱을 PC에서 실행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생태계가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모바일 기기를 넘어서 사람들이 업무를 위해 장시간 사용하는 PC 영역으로 통합되는 모습이다. 애플 “맥-아이폰-패드 동일 UX”
통합 속도가 가장 빠른 업체는 애플이다. 주요 스마트폰·PC 제조사 가운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를 모두 만드는 유일한 업체다. 애플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해 전화, 문자, 메모 등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PC에서 동일하게 제공한다. PC와 스마트폰에서 같은 앱을 쓸 경우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동기화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애플워치를 이용해 PC 잠금을 해제하거나 아이패드를 PC의 보조 모니터로 쓰는 등 여러 기기를 활용한 편의 기능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애플 생태계에 머무르며 새로운 기기를 계속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애플은 이런 생태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한국 시장에 출시한 맥북에어·프로, 맥 미니 등 PC 신제품에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새로운 칩셋 M1이 장착됐다. 애플이 인텔 칩이 아니라 자체 칩을 사용한 것은 그동안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형성된 애플 생태계를 더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M1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모바일용 최신 칩셋인 A14바이오닉을 개량해 개발했다.
인텔 칩을 쓸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모바일 칩셋을 기반으로 개발해 아이폰, 아이패드 앱을 PC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PC와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동일한 사용자경험(UX)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PC에서 쓸 수 있는 앱의 숫자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애플의 제품 마케팅 담당인 스테판 토나 프로덕트매니저(PM)는 “개발자들이 iOS와 맥OS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에서 갤럭시폰 앱 실행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우회적인 방식으로 모바일-PC 연동성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OS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PC에선 윈도를 쓰고 있다. 애플 수준의 연동성을 갖추기는 어렵지만 OS 제조사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이 MS와 협력해 개발한 ‘링크 투 윈도’다. 서비스를 처음 내놓은 작년에는 전화·문자 확인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 갤럭시노트20부터는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같은 와이파이에 접속한 상태에서 스마트폰 앱을 윈도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삼성 클라우드를 이용해 스마트폰의 필기를 PC에서 확인하는 ‘삼성노트’, 스마트폰을 TV·모니터와 연결해 PC처럼 쓸 수 있는 ‘삼성 덱스’ 등 스마트폰 생태계를 외부로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PC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는 록인(lock in) 효과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 연동성 강화를 통해 자사 제품을 계속 구입해서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PC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업무·학습·여가 등을 위해 장시간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쓴다면 무선 이어폰과 태블릿 등을 살 때도 같은 회사 제품을 우선 고려하게 된다”며 “PC로 범위를 확장해 강력한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