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47년 간의 동거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는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해서다. 협상이 맺어짐에 따라 다양한 방면에서 변화될 전망이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24일(현지시간)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했다. 본격 협상에 착수한 지 9개월 만이자 연말로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 기한 일주일을 앞둔 극적 합의다.
양측이 합의한 '무역과 협력 협정' 초안은 △새로운 경제, 사회적 협력관계를 담은 자유무역협정(FTA) △형법, 민법 문제에서 법 집행, 사법 협력을 위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시민 안전 파트너십 △분쟁 해결 방법 등 거버넌스에 관한 수평적 합의 등 세 가지 큰 축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여러 부문에서 관계에 변화를 맞게 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변하는지 살펴본다. 상품 교역상품 교역은 미래관계 협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측 간 무관세 교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했다. 무관세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상품의 수량에도 별도의 제한이 없는(무쿼터) 점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양측은 자유무역협정에 합의했고, 이 같은 목표를 달성했다. EU가 다른 선진국과 체결한 어떤 무역협정보다도 영국과의 협정에서 단일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권을 보장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내년 1월1일부터는 양측 간 교역에 관세와 규제 국경이 생긴다. 상품이 왔다갔다 할 때 통관과 검역 절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와 비교하면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어업영국와 유럽연합의 협상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애를 먹였던 것은 어업 문제다.
영국 수역 내 유럽연합 어획량 쿼터를 향후 5년 6개월에 걸쳐 현재보다 25% 삭감할 예정이다. 유럽연합 어선의 영국 수역 접근권에 대해서는 매년 협상이 진행된다.
현재 유럽연합 어선들이 영국 수역에서의 매년 어획량은 6억5000만유로(약 8750억원)에 달한다. 공정경쟁환경공정경쟁환경은 역시 영국과 유럽연합의 이번 협상에서 끝까지 이견을 보였던 쟁점이다.
유럽연합은 영국이 유럽연합의 규제 체계에서 벗어나더라도 조세와 국가보조금, 환경, 노동권 등과 관련해 공정경쟁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국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면 불공정한 이익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환경과 사회, 노동 기준과 관련해 최소한의 수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공정경쟁환경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4년 뒤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브렉시트 이후에 노동권 등의 분야에서 양측 규제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 '재균형 메커니즘'도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독립 중재 절차가 포함되는데 불이익을 당한 측에서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분쟁해결 구조분쟁해결 구조 역시 발목을 잡았던 문제다.
유럽연합은 영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유럽연합의 기준에서 벗어나 경쟁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향후 무역협정이나 합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유럽사법재판소(EJC)가 이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합의안에 따르면 새로운 분쟁해결기구가 설립된다. 양측에서 동수의 대표가 참가하며, 독립적인 중재자가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느 한쪽에서 무역이 왜곡됐다고 생각하면 협의 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재 패널이 30일 이내 만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치가 추후 잘못돼거나 할 때는 손해를 본 쪽에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주영국인들은 이제 유럽연합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유럽연합의 회원국에서 해당 나라 시민처럼 공부하고 일하고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영국인들이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있으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영국 여행객이 유럽연합 회원국을 여행할 때 휴대전화를 쓰려면 로밍이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는 영국 통신사에 가입한 사람이 유럽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더라도 추가요금 부과 제한 규정이 적용돼 별도로 요금을 더 내지 않는다. 안보영국은 유럽사법협력기구와 유럽경찰청 회원국이 더이상 아니다. 하지만 양측 경찰과 사법 당국 간 협력으로 영국과 이들 기구 사이의 관계는 지속된다.
영국은 실종이나 도난에 대한 경찰 경보를 공유하는 EU 지역의 솅겐정보시스템에 계속 접근할 수 있다. 승객 명단 기록, 용의자 지문 및 DNA 등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다만 유럽 체포영장 시스템에서는 제외된다. 금융서비스금융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이번 합의안에서 구체적으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금융서비스는 규제동등성 평가에 따르게 된다. 그간 한 국가에서 승인을 받으면 유럽연합 회원국을 상대로 자유롭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금융 패스포트' 방식은 사용할 수 없다.
유럽연합이 비회원국의 금융규제와 금융감독 실효성 등이 유럽연합 기준에 부합하다고 결정하면 비회원국 금융사도 별도 인가 없이 영업이 가능한데, 문제는 일부 규제의 경우 동등성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때문에 새해부터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금융서비스 핵심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직 자격의사와 간호사, 건축가, 치과의사, 약사, 수의사, 엔지니어 등은 더는 전문직 자동 인정 제도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에 자신이 일하기 원하는 국가에서 다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교통항공 및 철도, 도로를 통한 승객 및 화물운송은 계속된다.
제3국에서 런던 히스로나 영국 내 다른 공항에서 스톱오버(24시간 이상 체류한 뒤 넘어가는)한 뒤 유럽으로 갈 수 있다. 화물운송업자는 EU가 제3국에 할당한 특별 승인 숫자에 제한받지 않고 영국과 유럽을 오갈 수 있다.
이송렬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