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중단’을 결정한 것은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신청을 임의로 의결하며 ‘위법’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징계 의결 자체에 ‘흠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윤 총장 징계 사유 역시 본안 소송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도 징계처분 효력 정지의 이유로 들었다. “정족수 못 채운 기피신청 기각”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사진)가 윤 총장의 징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공개한 결정문에 따르면 징계위가 정족수 미달인데도 윤 총장의 기피신청을 기각하는 ‘위법성’이 있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위 재적위원은 총 7명이다. 기피신청이 있을 땐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이 경우 기피신청을 받은 사람은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 윤 총장 징계위는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5명만 출석했다. 윤 총장 측은 이 차관과 심 국장에 대해 ‘공통의 사유’로 기피신청을 냈다. 이 안건은 이 차관과 심 국장이 퇴장한 동안 나머지 3명의 위원이 투표해 기각 결정을 했다. 윤 총장 측의 다른 인물에 대한 기피신청도 위원 3명의 참여로 기각됐다. 홍 부장판사는 “기피 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인 4명이 해야 한다”며 “기피 의결은 의사정족수를 갖추지 못해 무효이고, 징계 의결도 의결에 참여할 수 없는 기피신청을 받은 위원들이 한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러나 윤 총장 측이 주장한 징계위의 다른 절차적 문제는 인정하지 않았다. 가령 정 교수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로 위촉되는 과정과 징계위원이던 심 국장이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한 뒤 회피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예비위원 지명 문제나 법무부가 윤 총장 측에 징계기록과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안 소송도 다툼 여지재판부는 윤 총장의 네 가지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이유가 없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징계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묻는 본안 소송에서 윤 총장 측이 이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징계를 우선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혐의는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윤 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 후보군에 포함된 것에 대해 “윤 총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판사 사찰 문건 작성’과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판사 문건에 대해선 “매우 부적절하고 이런 문건이 작성돼선 안 된다”면서도 “법무부는 이 문건이 재판부에 불리한 여론구조를 만들어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는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주장하나 현재까지 제출된 소명자료만으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채널A 감찰 및 수사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본안 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법무부가 윤 총장의 징계 사유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본다. 징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 발생 △사안의 긴급성 △공공복리에 끼치는 영향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홍 부장판사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에 대한 증명 책임은 피신청인(법무부)에게 있다”며 “이에 대한 우려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