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부양법의 대폭 수정을 요구한 뒤 민주당이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친정인 공화당이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 훨씬 큰 폭의 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은 24일(현지시간) 1인당 지원금을 기존 600달러에서 2000달러로 늘려 지급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공화당이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찬성하지 않으면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앞서 상·하원은 지난 21일 8920억달러에 달하는 부양안과 1조4000억달러 규모의 2021회계연도 예산안을 묶어 통과시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지원금 2000달러로 증액 △식당 등 소상공인 혜택 확대 △코로나와 관련 없는 해외 원조 삭감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 문화 예산 감축 △연방수사국(FBI) 건물 신축 예산 폐지 등을 요구하며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더 큰 규모의 재정 지출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즉각 성명을 통해 “현금 2000달러 증액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재상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2000달러 증액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재정 부실을 이유로 600달러의 현금 지급안조차 반대하는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의회는 찬반 투표를 거쳐 재의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비해 하원과 상원은 오는 28일과 29일로 회의 복귀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해선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기존 법안은 이미 하원에서 359 대 53표, 상원에선 91 대 7표로 가결됐기 때문에 재의결에 부치더라도 통과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전날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페이스북 등을 제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