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삼성동 역삼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서울 핵심 업무지구의 내년도 공시지가가 20%가량 급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성수동, 마포구 연남동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신흥 상권의 공시지가도 크게 오른다.
공시지가가 대폭 뛰면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역삼동에서는 내년 토지 보유세가 40% 이상 오르는 곳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지구, 상업지역 모두 ‘껑충’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4일부터 열람 및 의견 청취에 들어간 내년도 표준지 공시지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업무지구와 상업지역에서 20%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이 많았다. 표준지는 개별 토지의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토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서울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1.41%다.
오피스 빌딩이 몰려 있는 업무지구에서는 삼성동 역삼동 여의도동 등의 공시지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삼성동의 한 표준지(593㎡)는 공시지가가 올해 ㎡당 1800만원에서 내년 ㎡당 2155만원으로 20%가량 오른다. 이 표준지의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8%였다. 역삼동의 310.2㎡짜리 표준지 공시지가는 올해 ㎡당 2480만원에서 내년 3125만원으로 26% 오른다. 현대자동차 신사옥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등 개발 사업이 인근 땅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동 표준지(992㎡)의 내년 공시지가는 ㎡당 1225만원으로, 올해 ㎡당 1025만원에서 역시 20% 정도 뛴다.
성수동 연남동 등 2030세대가 몰리는 인기 상권의 공시지가도 크게 오른다. 카페거리 등이 조성된 성수동1가 표준지(453㎡)의 공시지가는 올해 ㎡당 810만원에서 내년 ㎡당 974만5000원으로 20%가량 상승한다.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 경의선숲길 주변에 있는 한 표준지(357.4㎡)도 내년 공시지가가 ㎡당 925만5000원으로 19% 오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신흥 상권으로 떠오른 성수동 연남동 망원동 등은 카페거리를 중심으로 꾸준히 개발돼 땅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 40%까지 늘 수도공시지가 인상 폭이 커지면서 ‘보유세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 팀장에게 의뢰해 내년도 표준지 공시지가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역삼동 표준지(310.2㎡)는 보유세가 올해 3194만원에서 내년 4573만원으로 43.15% 급등한다. 여의도동 표준지(992㎡)의 내년 보유세는 6380만원으로 올해(4856만원)보다 31.37% 오른다. 성수동1가 표준지(453㎡)의 보유세는 올해 1448만원에서 내년 1771만원으로 22.33% 뛴다. 소유자가 해당 토지만 보유했다고 가정해 산출한 수치다.
서울 주요 업무지구에 사옥 등을 보유한 기업들도 세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부지(5773.5㎡)는 올해 보유세가 27억1173만원 수준이었는데 내년에는 17.75% 오른 31억9303만원을 내야 할 전망이다. 삼성동 현대백화점 부지(1만198㎡)는 올해 대비 공시지가가 12% 올라 69억7131만원을 보유세로 납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으로 늘어난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올라 보유세 부담 역시 커질 게 확실시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상가·건물 공실이 속출하는 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공시지가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