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에 대한 법안 심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단일 법안을 요구하며 법안 심사 소위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단독 처리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與 “28일 단일안 마련”법사위는 이날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중대재해법 제정안 5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법안소위 논의 중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28일)까지 부처 협의안을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다”며 “그 안이 (야당과) 논의할 수 있는 단일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사위 소위에서는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해 중대재해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중기부는 “다른 법령과의 균형에 맞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국토부는 법안의 처벌 대상과 의무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 안에 포함된 장애등급 중증요양자 발생 요건에 대해 “장애등급을 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중대재해를 규정하는 요건에서는 빠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의원 안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하고,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장애등급 중증요양자 1명 이상 발생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 재해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해 오는 1월 8일까지 이어지는 임시국회 중 중대재해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백 의원은 “이번 회기 내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민주, 단독처리 후폭풍에 고민도여당이 이번 회기 중 법안 처리를 공언했지만 야당과 합의 없이 법안을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법안을 단독 처리했을 경우 마주할 경제계의 반발을 민주당 홀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14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등을 만나 법안 처리 의지를 강조했다. 김씨는 김 원내대표에게 “여태까지 여당이 많은 법을 (국민의힘 없이) 통과시켰는데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느냐”며 법안 강행 처리를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 등은 이에 분명한 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법안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부작용 우려가 크다”며 “제정법을 야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野 “민주, 법 제정 지연 책임 전가”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제정 지연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비상대책회의에서 “여당이 단일안을 만들어오면 언제든지 협의하겠다”며 “여당 내부 의견을 정리하지 못한 채 위헌소지가 있고 현행 법 체계와 맞지 않는 법을 심사하자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이날 열린 법안심사소위에 불참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자는 종전 국민의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점점 ‘법률안 통과’보다 ‘법률안 문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중대재해법 처리 지연을 국민의힘 탓으로 돌리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이후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국민의힘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적이 있었느냐”고 맹공했다.
김소현/좌동욱/안대규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