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대의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 1위는 ‘주택 임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주택 구입을 위한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다. 집값이 워낙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젊은 층이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도 모자라 퇴끌(퇴직연금까지 헐어 쓴다)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년 퇴직연금통계를 24일 발표했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가입 근로자는 637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4.4% 늘었다. 가입 대상 근로자 1150만9000명 중 592만9000명이 가입해 가입률은 51.5%로 나타났다. 2015년 48.2%였던 퇴직연금 가입률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퇴직연금 총 적립금액은 219조7000억원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16.3% 늘어난 금액이다. 구성비는 확정급여형(62.6%), 확정기여형(25.4%), 개인형 퇴직연금(11.6%), IRP특례(0.4%) 순으로 나타났다. 적립금액의 86.7%가 원리금 보장형이고, 10.3%가 실적배당형이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이 50.8%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생명보험회사(22.6%), 증권사(19.8%), 손해보험사(5.6%), 근로복지공단(1.2%) 등이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 전체 도입 사업장은 39만7000곳으로 전년보다 4.8% 늘었다.
지난해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한 사람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7만3000명이었다. 인출 금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전체 인원 기준으로 주된 중도 인출 사유는 장기 요양(37.7%)이었다. 40대 이상에서 병 치료를 하기 위해 급하게 꺼내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30대는 집을 빌리거나 사느라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대의 중도인출 1위 사유는 주거 임차(54.4%), 2위는 주택 구입(22.6%)이었다. 30대 퇴직연금 중도인출의 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주택 구입(36.8%)이었다. 주거 임차(28.8%)가 그 뒤를 이었다. 40대 이상은 장기요양 목적의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다.
현행 퇴직연금 관련 법령은 주택 구입이나 전세금·보증금, 요양, 파산선고·개인회생, 대학등록금·혼례비·장례비 등에 한해 중도인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직, 퇴직에 따라 적립금을 개인형 퇴직연금으로 이전한 인원은 전년 대비 0.9% 증가한 84만4000명이었다. 이전 금액은 11.3% 증가한 1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