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랜차이즈 치킨집 매출이 '배달비 유료화'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 중 1위다. 하지만 치킨집은 과당 경쟁이 심해 가맹점당 매출은 최하위권이었다.
'편의점 공화국'이란 말 답게 가맹점 수는 편의점이 부동의 1위였다. 하지만 편의점은 작년 출점 제한이 시행돼 점포 증가폭이 크게 줄고, 가맹점당 매출은 많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치킨 2만원 시대에 매출 대폭 상승 통계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2019년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직영점을 제외하고 '개맹점'만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전체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은 74조2130억원으로, 전년보다 5조9530억원(8.7%) 증가했다. 증가폭은 2018년(3조7240억원, 5.9%)보다 확대됐다.
치킨집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치킨집 매출은 2018년 4조2470억원에서 작년 5조2970억원으로, 24.7% 상승했다. 20%대 매출 상승은 치킨집이 유일했다. 이진석 통계청 산업통계과장은 "치킨 배달 수요 증가와 더불어 배달비 유료화와 일부 치킨집의 가격 인상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BBQ, 교촌치킨, 굽네치킨 등 주요 치킨업체는 2018년 하반기부터 상품당 배달비를 2000~3000원씩 받기 시작했다. BBQ는 2018년 11월 치킨 가격도 9년만에 인상했다. 이런 탓에 작년 '치킨 한 마리당 2만원' 시대가 열렸다. 당시 치킨업계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비용 상승으로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치킨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닥친 올해에도 배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양호한 매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치킨 외에 가정용세탁(17.0%), 피자·햄버거(15.8%), 김밤·간이음식(14.4%), 카페(13.7%) 등의 매출도 많이 올랐다. ◆치킨집 가맹점당 매출은 '최하위권' 치킨집은 가맹점당 매출도 전년보다 21.7% 늘어 15개 업종 중 1위였다. 하지만 가맹점당 매출 액수만 보면 2억600만원으로,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창업의 진입 장벽이 낮고 경쟁이 심한 탓으로 풀이된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작년 2만5740개로 편의점, 한식 다음으로 많았다.
가맹점당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은 의약품(10억600만원)이었다. 전체 가맹점당 매출액(3억4400만원)의 3배에 이르렀다. 편의점(5억5200만원), 자동차수리(4억700만원), 제과점(4억500만원), 문구점(3억88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코인 빨래방 등 가정용세탁으로 1억700만원에 그쳤다. 주점(1억8100만원)과 치킨집(2억600만원), 김밤·간이음식(2억1100만원), 카페(2억1100만원) 등도 가맹점당 매출 하위 업종으로 분류됐다. 대부분 창업이 쉬워 경쟁이 심한 업종이다. 물론 매출액과 순이익은 다르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인건비, 임차료 등 상승으로 순이익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 ◆출점 제한으로 편의점 증가폭↓가맹점 수를 보면 편의점이 4만1440개로 가장 많았다. 전체 프랜차이즈의 19.2%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 작년 편의점 간 평균 직선거리가 104.6m에 불과했다. 100m당 하나씩 편의점이 있다는 얘기다.
편의점은 201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1위를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편의점 가맹점 증가율은 0.2%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출점 제한 조치 영향으로 풀이된다. 편의점 업계는 2018년 12월 과당 경쟁을 막자는 취지에서 경쟁사 간 출점 거리를 50~100m로 제한하는 자율규약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경쟁이 완화되자 수익성이 좋아졌다. 지난해 편의점의 가맹점당 매출은 8.2% 늘어, 전년 증가폭(4.7%)보다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출점 경쟁이 심해질 조짐이 보여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회식 줄면서 술집도 감소세 편의점 다음으로 가맹점이 많은 업종은 한식(3만1030개)이었고, 치킨(2만5740개), 카페(1만8380개), 김밥·간이음식(1만3340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가정용세탁(4840개)은 가맹점 수는 적지만 증가율은 높은 편이다. 2018년 8.4%, 작년 5.7% 등이다. 통계청은 1인 가구 증가 영향으로 세탁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정용세탁은 가맹점당 매출액(1억700만원)도 낮지만 2018년 13.7%, 작년 10.7% 늘어, 증가율만큼은 높다.
술집 감소세도 눈에 띈다. 작년 주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9990개로 전년보다 14.4% 급감했다.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1만개 아래로 떨어졌다. 이진석 통계청 산업통계과장은 "워라벨(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 확산 등으로 회식이 줄면서 주점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