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논란에 원희룡 "文, 책임 회피 말라" [전문]

입력 2020-12-23 12:49
수정 2020-12-23 12:51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논란에 휩싸인 정부를 향해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내용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하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겁한 대통령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전했다.

원희룡 지사는 "리더는 책임지는 사람이다. 리더십이란 말을 하고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과를 내라고 말하는 것으로 리더의 책임이 끝난다면 초등학생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한 백신'이란 말은 정신승리일 뿐 대통령의 언어가 될 수 없다"며 "누군지도 모를 책임자만 질책하는 건 유체이탈의 '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책임자를 문책하고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며 "책임을 지기 싫고 결단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원희룡 제사 페이스북 전문.<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비겁한 대통령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와 관련된 대통령의 13건의 지시를 공개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 확보를 독려했고 11월에는 '과할 정도로 백신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내용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하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요? '거역'입니까? '기망'입니까? 백신 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책임을 회피하는 알리바이로 이용하려는 의도였다면 비겁하고 무책임합니다.

리더는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리더십이란 말을 하고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성과를 내라고 말하는 것으로 리더의 책임이 끝난다면 초등학생도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십이란 자신의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고 실행을 지휘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의 리더십은 책임이 막중한 만큼 권한을 위임하고 실행을 감독해 결과를 파악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특히, 실패한 정책을 두고 부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수장의 태도로는 최악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권에서 권력을 장악한 '청와대 586'의 위험성을 계속 경고해왔습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멀고 모든 사안을 권력 투쟁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많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게 될 것이라고요.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검찰개혁을 빌미로 검찰총장 징계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정말 중요한 백신 정책이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결국 대통령은 실패의 책임을 참모에게 미루고, 참모는 희생양을 찾고 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 문제에서 실패란 곧 생명의 희생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한 백신'이란 말은 정신승리일 뿐 대통령의 언어가 될 수 없습니다. 누군지도 모를 책임자만 질책하는 건 유체이탈의 '쇼'일 뿐입니다. 실패한 대통령이 책임까지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합니다. 책임을 지기 싫고 결단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