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자린고비", "자질 부족" 등 비판에 "사소한 지적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홍 부총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이란 말이 있다"며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썼다.
그는 "어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지나치게 폄훼하는 주장을 듣고 제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문득 법구경 문구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극복과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이와 관련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22일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부총리를 겨냥해 "경제 관료로서의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봐야 한다"는 저격 글을 올렸다. 홍 부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재정적자가 주요 선진국보다 적다는 통계를 강조한 데 대한 지적이었다.
이 지사는 "뿌듯하십니까"라고 물은 뒤 "어려운 국민의 삶을 돌보지 않아 재정 손실이 적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이야 어찌됐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고 자만한다면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전시에 재정 아낀다고 부상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국가는 영구 장애에 대한 더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며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낡은 시대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때"라며 "곳간을 지키는 것만이 재정정책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이 지사의 홍 부총리 저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판 내용은 대부분 "나랏돈을 더 많이 풀어야 하는데 소극적"이라는 것. 이 지사는 올 10월 전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에 대해 홍 부총리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자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이 나라는 기재부가 아닌 국민의 나라고, 기재부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민에 무한충성하는 대리인이자 머슴임을 기억하라"고도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