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RP 소프트웨어 시장이 클라우드 전환을 통해 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ERP는 전사적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약어로 회사의 재무, 공급망, 운영, 보고, 제조, 인적 자원 활동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국내 ERP 시장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돼 현재 대다수 대기업이 ERP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국내 ERP 시장 성장률은 평균 6%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국내 ERP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설치, 구축 중심 ERP 시장에서도 클라우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RP를 클라우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하면 기업이 서버 관리와 유지 보수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절감할 수 있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노트북 스마트폰에서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 또한 기업이 원하는 기능만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 구축 시간과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런 이유들로 기존 구축형 클라우드를 사용하던 대기업들도 클라우드형 ERP로의 전환을 속속 추진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도 클라우드 ERP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직 국내 중소기업의 ERP 보급률이 60% 수준에 머무르는 가장 큰 이유가 ERP 도입에 따른 구축비 및 관리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클라우드형 ERP 보급은 중소기업의 ERP 보급률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ERP 시장에서도 클라우드 전환은 이미 대세다. SAP, 오라클 등 글로벌 대형 ERP업체들도 SaaS형 신규 클라우드 ERP 제품을 출시하며 기업에 클라우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마켓은 글로벌 클라우드 ERP 시장이 2020년 453억달러에서 2025년 1011억달러로 연평균 17.4%의 가파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한 자릿수로 성장이 둔화된 글로벌 ERP 시장에서도 클라우드 ERP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도 ERP 시장의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수요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기존 구축형 ERP로는 유연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형 ERP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올해 신규 정보기술(IT) 서비스 투자를 줄이고 있어 즉각적인 시장 성장은 아직 관찰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내년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돼 경기가 정상화되면 기업들이 미뤄왔던 IT 투자를 재개하며 ERP 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ERP 시장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 스마트화 전략하에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공장 구축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당 최대 1억~1억5000만원까지 사업비의 50%를 지원함으로써 2022년까지 3만 개의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예산도 매년 증액하고 있는데, 2020년에는 지난해 대비 40% 증가한 약 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역시 ERP 시장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디지털 뉴딜 정책의 주요 과제 중 스마트 정부 도입과 사회간접자본(SOC)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정부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ERP 구축이 필요하다. 통합적인 정보 수집 및 분석을 위해서는 ERP 구축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차세대 ERP 구축 사업에 착수, 더존비즈온을 사업자로 선정해 정부의 디지털 및 그린 뉴딜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정부 주요 부처 및 공기업의 디지털화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국내 공공기관 대상 ERP 시장도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