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는 때마다 돌아오는 이벤트가 있다.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 1일)뿐 아니라 재산세(6월, 9월)와 종합부동산세 납세(12월) 등 세금 이슈가 그렇다. 이 같은 세금을 명확하게 계산하도록 하는 문제가 매년 12월 결정된다. 이때 세금의 입력값에 해당하는 공시가격 및 세율이 정해진다.
많은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격은 4월에 확정된다. 그 이전 단독주택부터 발표된다. 얼마 전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됐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일엔 평균 상승률 말고도 가십성 내용이 함께 알려지곤 한다. 공시가격 1위 주택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라는 ‘프라이버시’에 가까운 내용이 공개된다. 면적이 2000㎡를 넘는다든가, 지역이 어디라든가, 공시가격만 수백억원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여과 없이 나타난다. 대부분 큰 기업 오너들이다. 초고가 단독주택을 매수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다 알려주고 살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수요소인 것 같다.
누구나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아파트 자가 거주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고가 아파트 거주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서다. 하물며 고가 단독주택 거주자에 대한 사생활 공개 뉴스는 할리우드 스타가 방 50개짜리 성에 살아 밤이 무섭다는 정도의 가십에 머무르는 것 같다. 더욱이 고가 단독주택 거주자가 보유세로 7억원을 내다 내년엔 30% 가까이 상승한 9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 될 것이냐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소득 수준이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21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6.68% 오른다.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그런데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유념해야 할 내용이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비교해 보면 단독주택 상승률은 어디까지나 ‘순한 맛’이라는 점이다. 2016~2018년, 그리고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상승률은 공동주택이 단독주택을 웃돌았다.
단독주택에 사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둔 뒤 조금 있으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공개된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 4개월 후 아파트에도 공시가격 상승이 뒤따른다는 얘기다. 공시가격이 오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그런데 그동안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주택들이 종합부동산세 부과라는 영광스러운(?) 일을 맞이하게 된다.
종합부동산세를 낸다는 것은 일종의 ‘영예’다. 사회적으로 자산 수준이 상위 레벨이라는 것을 공식 인증받는 것과 함께 국민의 납세의무를 충실히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영예로움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국민의 4대 의무를 기꺼이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바른 사회다. 하지만 갈수록 아파트에 대한 세금 부과를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