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文, 4월부터 백신 확보 지시"…野 "벌써 레임덕이냐"

입력 2020-12-23 09:45
수정 2020-12-23 09:47

우리나라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2일 일부 언론과 야당을 향해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그러면서 지난달 30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의 문 대통령 발언을 공개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마라"며 백신 확보를 주문했다. 문대통령은 '적극행정' 차원에서라도 백신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차례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달 들어서도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재정 부담이 커도 백신 물량 추가확보를 지원해 주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정부는 "안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백신 확보를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보건당국이 문 대통령 지시를 듣지 않아 백신 확보가 늦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을 일제히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식으로 책임회피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고 따졌다.

유상범 의원은 "(백신 관련 예산이) 정부 예산안에도 없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집단 항명했다는 말인가"라며 "대통령 말 한 마디면 그것이 옳고 그른지 관계없이 정부가 온갖 호들갑 떠는 나라인데 레임덕이 벌써 온 모양"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소비 쿠폰을 풀면서 수없이 국민들을 희망고문 하더니, 대통령이 책임질 상황이 되자 공무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며 "국가정책 실패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무능한 데다 책임까지 지지 않겠다는 대통령은 더 이상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이 10번 넘게 지시해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말을 안 들어먹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냐"고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은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다. 장관이 잘못하면 그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고 정부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져야 한다"며 "국민에게 불안과 실망을 줬으면 정부의 수장이 사과를 하고, 앞으로의 대응 경로를 제시하며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박정희는 매주 수출진흥확대회의와 매월 경제동향보고회의를 열어 기업들이 수출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체크했다. 하물며 김정은도 자라 공장 같은데 가서 왜 내 말을 안 듣냐고 소리 지르며 질책한다"며 "'4월부터 지시했다', 이런 변명이 통할 수 있다고 믿는 발상이 놀랍다. 지시를 내렸으면 점검하는 게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