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재상이던 상앙은 백성에 대한 통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2인 이상 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집안의 경우 분가를 의무화한 것이었다. 그는 5인 가족을 표준으로 삼은 뒤 백성을 다섯 집 단위(伍)로 묶어 이웃 간에 서로 감시토록 하는 ‘십오제(什伍制)’를 실시했다.
이후 동양 사회에선 5인 가족과 다섯 집을 기본단위로 삼아 촘촘하게 감시사회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진(晋)나라의 ‘삼국오비제(參國伍鄙制)’와 북위의 ‘삼장제(三長制)’, 에도시대 일본의 ‘고닌구미(五人組)’는 모두 다섯 가구를 기본 묶음으로 국가가 통제했던 제도다. 조선시대의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이나 북한이 1958년 만든 ‘오호담당제(五戶擔當制)’도 동일한 골격을 유지했다.
역사책 속에서나 보던 ‘빅 브러더’가 한국에서 가족의 식탁과 거실까지 성큼 들어서는 듯하다. 수도권에서 ‘5인 이상 모임 제한’이라는 초강력 방역대책이 실시된 탓이다. 초감시 대책으로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는 물론 가족 친지 간 만남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동양적 감시의 ‘전통’인 ‘다섯 명’이 또다시 기준으로 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감시 자체가 목적이나 된 듯 정책의 합리성을 찾기 힘들어진 게 문제로 지적된다. 식당에선 가족이라 할지라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같은지를 입증해야 하는 웃지 못할 지경이 됐다. 마트 안에 사람이 가득해도 장 보러 갈 때는 5명 이상이 같이 가선 안 되도록 규정됐다. 위반하면 벌금 300만원을 물리겠다는 엄포도 빠지지 않았다. 이틈에 한몫 챙기려는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마저 들썩일 기미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선 ‘감시와 처벌’을 당연시하는 기류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고에 대해 경영자가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의 ‘4중 처벌’을 받도록 규정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대표적이다. 스쿨존에서의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소위 ‘민식이법’도 과잉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사적 모임을 제한한 것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부득이한 점도 없지는 않다. 중대재해법도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음을 내세운다. 하지만 ‘예방과 계도’ 없이 곧바로 감시와 처벌로 치닫는 게 정상적인 사회인지 의문이다. 이솝우화의 ‘나그네 외투’가 보여주듯, 감시와 처벌이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가 아님을 숙고해야 할 때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