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수수료를 세 배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편의점 ATM 수수료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카카오페이는 반대로 사용자가 많아지자 플랫폼을 내세워 과거 은행처럼 과도한 수수료를 가져간다는 지적이다. 이면에는 ATM 리스사와 금융사를 연결하는 밴(VAN)사 등이 과점체제를 유지하면서 금융사와 금융 소비자에게 고비용의 수수료를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22일 카카오페이카드를 이용한 편의점 ATM 출금 수수료를 다음달 25일부터 500원에서 13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대신 카카오페이카드 제휴처를 세븐일레븐에서 모든 편의점 ATM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돈을 찾으려는 회원 수요가 많아 세븐일레븐(롯데 ATM)에만 제공했던 출금서비스를 다른 제휴처로 확장하면서 제반 비용이 늘어나 수수료를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편의점 ATM에 카카오페이카드나 토스머니카드를 넣으면 은행 계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가 있다면 꼭 현장에서 카드를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카카오페이 앱이나 토스 앱에서 ‘ATM 출금’ 탭을 눌러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편의점·지하철역 ATM 수수료는 1000~1300원가량이다. 기존 시중은행과 밴사·ATM 운영사 등이 정한 ‘시장가격’이다. 시중은행은 이 중 절반가량을 가져간다. 밴사와 ATM을 소유한 리스사(롯데·한네트·나이스 등), 유지보수업체, 편의점이 나머지 수수료를 나눠 갖는다. 최근 들어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면서 편의점 ATM 수수료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밴사와 리스사 등에 나눠주는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면서다.
카카오페이가 13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두고 ‘역주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낮게 유지했다가 플랫폼이 안착하자 과거 은행 수준인 1300원까지 높였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수수료를 낮게 유지하면서 ‘출혈 경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ATM 출금 수수료는 밴사 등에 내는 중개 수수료에다 은행에 지급하는 펌뱅킹 수수료(200~300원)까지 더해진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중간 ATM 업체나 은행에서 출금 서비스를 못 해주겠다고 하면 (카카오페이로서는)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수수료를 올린 배경에는 소수의 밴사와 리스사가 과점구조를 형성하면서 고액의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은행을 비롯해 금융사들이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밴사와 리스사에 지불하던 수수료를 고스란히 보전해줘야 할 정도로 이들 업체의 협상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