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위헌 소송에 나선 이석연 전 법제처장(현 법무법인 서울 대표·사진)은 “현 정부의 징벌적 종부세 과세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이란 헌법 가치를 훼손해 명백한 위헌”이라고 23일 말했다. 그는 “가진 자를 죄인 취급하는 ‘편가르기’ 정책을 계속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 역동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처장은 국내 손꼽히는 헌법 전문가다. 1989~1994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2008~2010년 법제처장을 지냈고, 변호사 시절인 2004년엔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전 차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정부의 반(反)시장적 정책이 날로 심해져서 이러다가 자유시장경제 근간이 무너지겠다 싶었다”고 위헌 소송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법조인·교수 16명과 함께 “종부세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전 처장은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룬 성과는 불법이 없는 한 존중하는 것이 시장경제 원칙”이라며 “헌법 119조 1항도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정부는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죄악시하고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헌법정신, 나아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짓밟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처장은 “2018년 4430억원이던 주택분 종부세가 올해 1조4300억원으로 세 배 넘게 뛰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세 부담 증가여서 헌법상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작년 종부세 최고세율을 2.0%에서 3.2%로 올린 데 이어 내년엔 6.0%까지 인상한다. 보유세 과세표준(과세 기준 금액)의 산정 기반인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매년 크게 올리고 있다.
이 전 처장은 현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가진 자와 아닌 자를 ‘편가르기’하는 정책이 너무 많다”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결과의 평등만 기계적으로 보장해 사회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에 ‘국민 전체의 봉사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특정 집단이나 정당이나 단체를 위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것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것’이란 문구가 있다”며 “현 정부의 편가르기 정책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