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본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 대구 시민의 품으로

입력 2020-12-22 17:59
수정 2020-12-22 18:01


대구시는 근대건축물로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무영당’과 ‘대지바’를 철거 직전 극적으로 매입해 보존할 수 있게 됐다고 22일 발표했다.

‘무영당’은 강점기 일본자본에 맞서 조선인 자본가 이근무가 건립한 최초의 백화점으로 그가 후원한 이상화, 이인성 등 지역의 신지식인, 예술인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던 공간이다. ‘대지바’는 6.25 전쟁기 향촌동의 귀공자로 불리며 피난문인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던 구상 시인이 후배 문학가들과 자주 들렀던 활동공간이다.

대구시는 소실 위기에 놓인 원도심 근대건축물 보존을 위해 동향을 주시하던 중 무영당과 대지바 철거 정보를 입수하고 끈질기게 소유주를 설득하며 협상을 진행해 매입에 성공했다.
대구시는 앞으로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매입한 두 곳을 청년, 시민들이 즐겨 찾고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는 생동감 있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이번 매입을 계기로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계속 매입하는 한편 그간 진행해 온 역사문화자산 보존 관련 정책 추진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자산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를 위해 ‘문화재청 역사문화자산 조사사업’과 연계해 조사와 DB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건축문화연합과 협조해 도시재생 아카이브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중 대구시 조례 및 심의기준을 개정해 민간개발사업 건축 인·허가 시에는 사업구역 내 역사문화자산에 대한 보존 및 활용계획을 사전 협의토록 할 방침이다.
최근 소남 이일우 선생 고택을 기부채납 조건의 건축허가로 보존한 사례가 있는 만큼 대구시는 도입 가능한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 제도적 측면을 정교하게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시는 지난달 24일 홍의락 경제부시장 주재로 전문가, 활동가, 공무원이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 자리를 마련해 시민, 학계 등 다양한 주체 간의 논의에 착수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산의 보존과 같은 장기정책이 성공하려면 행정이 명백한 방향성과 지속추진 의지를 가져야 하지만 이것은 시민들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문화 자산 보존과 관련된 민관 거버넌스나 담론의 장이 만들어지면 시민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