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 릴보이 왕따 논란에 "가해자·피해자 없는 랩게임"

입력 2020-12-22 16:52
수정 2020-12-22 16:53

VMC 수장 딥플로우가 과거 긱스 멤버 릴보이를 왕따시켰다는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며, 디스는 힙합과 랩 게임이라는 개념 안에서 이해되어야 할 문제로 왕따 가해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딥플로우는 지난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날까지 녹음실에서 같이 놀던 형, 프로듀서, 협업 회사 임직원이 다음날에 저를 디스하는 뮤비를 올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커뮤니티 글을 캡처한 화면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렸다.

딥플로우는 "작성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이 글은 릴보이 씨가 SNS와 방송에서 전달했던 메시지를 확대해석하게끔 편집되어 만들어졌고 지난 며칠간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급속도로 퍼졌다"면서 "'친하던 동생 왕따시킨 래퍼들'로 좌표가 찍혔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SNS 계정뿐 아니라 연말과 연초 발표를 앞둔 몇 개의 중요 프로젝트들이 전면 중단됐다"고 알렸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딥플로우가 2015년 발표했던 '잘 어울려'라는 디스곡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딥플로우는 해당 곡에서 '오피셜리 미싱유(Officially Missing You)'로 유명해진 긱스를 비롯해 산이, 배치기, 매드클라운 등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뮤직비디오에는 VMC 소속의 넉살, 던밀스, 오디와 프로듀서 등이 노래방에 모여 앉아 화면에 '오피셜리 미싱유'를 띄워놓고 조롱하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이들은 사랑을 주제로 한 발라드랩은 힙합이 아니라며 긱스의 음악 스타일을 저격했다.


이후 릴보이는 5년 간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Mnet '쇼미더머니9'에 출연해 우승을 거둔 그는 "5년 동안 정신적으로 병을 앓았다. 그걸 깨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VMC 소속 래퍼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딥플로우가 입장을 밝힌 것. 딥플로우는 "얼마 전까지 어리석게도 이 일련의 이슈들이 힙합과 랩 게임의 이해 바탕 안에서 논의되고 비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제 이 일은 힙합과 랩 게임에 이해 바탕이 없는 일반 대중들에게 '사건'으로 노출돼 버렸고, 그것은 더 이상 래퍼로서의 문법은 서로에게 통용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모든 게 디스와 랩 게임의 연장선이라면 난 이미 패배한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딥플로우와 넉살 등 친했던 형들이 단체로 디스하며 뒤통수를 때린 왕따 가해자' 최소한 이 프레임은 새로고침 되어야 한다. 이건 힙합과 랩 게임을 한참 벗어난 경우다. 래퍼를 떠나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는 최악의 오명"이라고 주장했다.

딥플로우는 문제시되고 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잘 어울려' 발표 전날에도 VMC 작업실에서 릴보이와 아무말 없이 잘 놀았다는 의혹에 대해 "2012년 릴보이의 부탁으로 믹스테이프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유선 상으로 작업된 파일을 주고받은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적 연락"이라며 "내가 늘 상주하고 있던 VMC 작업실에 릴보이가 와서 같이 작업하고 놀고 녹음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릴보이와 친분이 있는 프로듀서를 뮤직비디오에 일부러 출연시켰다는 의혹에는 "출연자 중 과거 긱스와 작업하고 친분이 있었던 VMC 멤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당시에 둘은 각별히 지내며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물론 이건 각자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해당 프로듀서는 '잘 어울려'를 긱스 디스곡으로 생각하지 않고 출연했으며 디스를 동조할 감정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딥플로우는 "내가 긱스 프로듀서나 디스 당한 사람들의 지인들을 고의적으로 섭외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켰다는 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좁은 씬에서 당사자들끼리 얽힌 이해관계를 미리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경솔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넉살의 모습 또한 악의적으로 편집돼 퍼지고 있다며 "'잘 어울려' 뮤직비디오 출연자들은 그저 딥플로우의 뮤직비디오에 함께하려 했던 것이지, 디스 가사에 동조해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 사건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비난은 오로지 내게만 향해야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끝으로 딥플로우는 "랩 게임에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다만 예전보다 타인의 상처를 마음 깊숙이 통감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됐다. 이런 내 진심이 그분들에게 부디 온전하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앞서 릴보이는 논란이 거세지자 '쇼미더머니9'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그래도 나름 중요한 경연 앞두고 심란하다. 예전 프로듀서 형이랑은 얼마 전에 통화했다. 선을 넘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항상 감사하다. 지금 같은 관심을 받는 것도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 저에게 많이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그 공감이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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