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과 '경이로운 소문'이 스튜디오드래곤을 깨웠다

입력 2020-12-22 16:30
수정 2020-12-22 16:50
스튜디오드래곤은 항상 애널리스트들의 미디어 업종 톱픽으로 꼽혀왔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 1위이자 한류 콘텐츠의 대표기업으로서 잠재력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이 질주할 때도 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엄청난 히트작이 드물었고, CJ ENM에 편성되는 작품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이랬던 스튜디오드래곤이 이틀째 급등하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 홈’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자 재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드라마 3위22일 스튜디오드래곤은 3.4% 오른 8만8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이 2.48% 하락했음에도 전날(2.53%)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 124억원, 103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주가는 종가 기준 8월 14일(8만9600원) 이후 최고치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위트홈이 흥행한 것이 이날 상승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 순위 제공업체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스위트홈의 넷플릭스 글로벌 드라마 순위는 21일 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넷플릭스가 진출한 52개국 순위를 종합해서 집계된다. 스위트홈은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등 10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중동에서는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영업이익 30% 효과” 스위트홈이 흥행하면서 4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스위트홈은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마진은 20%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4분기 영업이익에 약 50억원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비가 거의 들지 않아 제작비의 20%가 대부분 실적에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캡티브 매출’도 회복되고 있다. 캡티브란 모회사 CJ ENM에 소속된 tvN, OCN 등에 방영하는 드라마다. 올해 상반기 CJ ENM이 비용절감을 위해 드라마 편성을 줄이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4분기부터 편성이 주 3~4회로 늘었다.

특히 OCN에 방영중인 ‘경이로운 소문’은 20일 기준 시청률이 9.3%에 달했다. CJ ENM 드라마들의 평균 시청률이 5%를 두배 웃도는 수준이다. tvN에서는 누적 조회수 40억회 웹툰을 드라마화한 ‘여신강림’이 상영되고 있다. 최근 종영한 ‘스타트업(tvN)’도 4분기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캡티브와 비캡티브가 모두 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가격 협상력 증권업계에서는 장기 성장성을 더욱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등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작사들의 협상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진출한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대체가 어려운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라는 점에서 경쟁사보다 더 큰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진출 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존 작품 2개를 중국에 판매하면서 매출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작품당 판매 금액이 10억원대로 추정된다. 스튜디오드래곤이 160개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계산으로 16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하지 않은 중국은 작품을 추가로 판매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스튜디오드래곤 영업이익은 567억원으로 전망된다. 작년 대비 97.6% 늘어나는 수준이다. 내년 영업이익도 702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스튜디오드래곤 목표가는 10만8500원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