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에 주택 46만호를 공급하는 등 공급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세시장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매매시장이 상승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의 기본 전제는 충분한 공급"이라며 "내년에는 11·19 공급대책 물량을 포함한 주택 총 46만호, 아파트 기준 총 31만9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공급을 계획 중인 주택 46만호 중 수도권은 27만8000호, 서울은 8만3000호다.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18만8000호, 서울 4만1000호 등 31만9000호다. 홍남기 "공급계획 차질없이 진행하겠다"홍 부총리는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평년 수준을 상회하는 입주 물량이 공급돼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평년 수준'이란 지난 10년동안 국내에서의 평균 입주물량으로 45만7000호 수준을 의미한다.
홍 부총리는 "중장기 공급능력 확충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신규택지는 주요지역 광역교통대책 수립 △용산 캠프 킴 기부대양여 등 와 같은 사전 제반 절차 조속한 마무리 △태릉은 상반기 중 지구 지정 및 광역교통대책 정부안 완료 등을 언급했다.
또한 "공공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사업지를 조속히 지정해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중산층 대상 건설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등 인센티브 제도를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정비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 시장 상황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전세와 매매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홍 부총리는 "이달 들어 전세시장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됐다"며 "전세시장의 경우 가구·세대수 증가 등 기존 불안 요인이 지속됐으나, 이사 수요가 완화하면서 가격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되고 전세 매물도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 시장 불안요인 완화…매매 시장은 모니터링"한국부동산원의 서울 100대 아파트 표본 추출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전·월세 통합 갱신율은 70.3%로 전월(66.1%) 대비 4% 상승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적용 1년 전 평균치(57.2%)보다는 13% 올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계약을 갱신하는 임차 가구 비중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매매시장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외 지역의 경우 11월19일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은 가격 급등세가 완화됐으나 최근 광역·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과열 또는 과열 우려가 있는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매매시장의 경우 최근 재건축 기대감이 고조된 단지 및 중저가 단지 등을 중심으로 소폭 상승하는 추세"라며 "신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인근 지역 및 최근 과열 조짐이 있는 중소 도시 등에 대해서도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교란행위 엄정 대응…내년 시장은 안정의 성과 나타날 것"내년에도 부동산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국토부·국세청·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 올해 총 357건, 1804명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1203억원을 추징했다"며 "내년에는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의 역량을 키우고 하부 전담 조직을 편성하는 등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시장 불법행위 상시 조사 등을 통해 각종 시장교란 행위가 퇴출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올해 주택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취득, 보유, 처분 전(全) 단계에 이르는 투기수요 차단 장치를 마련했다"며 "내년 6월에는 임대차 신고제, 단기보유·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예정된 만큼 이 제도들이 시장에서 연착륙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액·고소득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위해 발표한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하겠다"며 "내년 1분기 중에 상환능력 기반 여신심사 유도를 위한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가계 유동성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 고액·고소득 신용대출에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적용, 고액 신용대출 사후관리 강화 등 대책들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부총리는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수급대책과 거주안정대책을 적극 추진해 왔으나, 새로운 제도들이 정착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시장 안정세가 정착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내년은 부동산 시장 안정의 성과가 조기에 나타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