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했던 몽골 땅에 나무 심은 KB…"기적 일궜다"

입력 2020-12-21 17:34
수정 2020-12-29 15:59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에 모래바람만 가득했던 몽골의 투브아이막(道) 바양척드솜(郡). 이 마을에 2년간 나무를 심으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죽은 땅이 살아나 푸른 잎이 자라고 전에 볼 수 없던 곤충과 벌레, 다람쥐, 토끼 등 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주민들의 삶도 180도 달라졌다. 원주민 30여 명에게 숲과 농장을 관리하는 일자리가 생겼다. 토양이 복원되면서 농작물 재배도 가능해졌다. 주민들은 양묘, 영농 등 각종 사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렉데브 사란토야 씨(55)는 “이 황량한 곳에 숲을 조성하겠다니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두 번의 계절이 지나면서 이곳엔 기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바양척드솜의 기적은 ‘KB 국민의 맑은하늘 숲’ 조성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재단과 함께 몽골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의 핵심 목표는 두 가지다. 사막화된 지역에 나무를 심어 토양을 복원하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지 주민 참여와 경제활동을 독려해 주민자립형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2024년까지 바양척드 100㏊ 지대에 포플러와 비술나무, 차차르간 등 1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2년차에 접어든 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40㏊에 4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또 울타리, 전기, 관정, 비닐하우스, 지하저장고 등 지속가능한 조림지 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다.

몽골 환경관광부의 ‘2019년 자연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몽골 국토의 76.8%에서 사막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모래바람이 부는 이 몽골사막은 국내 황사와 미세먼지의 주요 발원지로 꼽히기도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국내보다 발원지에 직접 나무를 심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취지에 공감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푸른아시아 몽골지부 지부장인 신기호 씨(46)는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미래를 심는 사업”이라며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본질적인 취지”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을 위한 공제회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무심기, 양묘장 조성, 비닐하우스 및 노지의 영농 활동 등 주민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다와더르지 바트쳉겔 군(15)은 “부모님이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며 “‘나무를 심으면 복을 받는다’는 몽골 속담을 생각하면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만드는 부모님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nkyung.com

협찬 : 사랑의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