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절반가량이 내년에 ‘긴축경영’을 하겠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결과가 나왔다. ‘현상유지’가 목표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92%에 달했다. 반면 ‘확대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 기업 환경이 어렵다는 점은 여러 통계와 경제지표로도 확인되지만, 이 정도라니 걱정부터 앞선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 걱정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조사 기업의 39%가 열흘 남은 새해의 경영계획 초안도 세우지 못했는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이 비율이 57%에 달한다. 투자를 줄인다는 곳이 60%에 이르니 채용사정도 좋을 리 없다. 올해 수준만큼은 채용하겠다는 곳은 29%에 불과하고, 65%는 덜 뽑겠다니 고용절벽이 얼마나 더 나빠질지 아찔해진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응답도 절반(53%)을 넘었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의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위기에 처한 한계기업이 급증하는 실태조사를 보고도 ‘엄살’이라거나 ‘늘 해온 하소연’ 정도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게 코로나 탓”으로 치부할 것인가. 물론 기업의 전방위적 난관에는 장기화되는 코로나 충격도 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대한민국 경제에만 충격을 준 게 아니다. ‘국제적 양극화’ 전망 속에 내년부터 경기호전의 낙관론을 펴는 국가도 적지 않다.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와 급감하는 기업투자를 정부는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를 탓하기에 앞서 최근 국내 기업환경이 얼마나 변했고, 내년에도 얼마나 더 바뀔지부터 봐야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1년쯤 시행이라도 유예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개정 상법 등 ‘기업규제 3법’을 비롯해 이른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겹겹이 중첩된 규제입법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고용·노동, 환경 부문 등의 쏟아지는 규제와 과잉행정에 기업을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들조차 이젠 거의 ‘자포자기’ 상태다. 코로나 극복도, 고용창출도 “기업들이 앞장서 달라”던 대통령의 당부가 무색하다.
돌이켜보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로 코로나 이전부터 ‘수축경제’의 중증 징후가 뚜렷했다. 코로나 와중에 더 기울어진 노사관계, 반(反)기업 규제입법 등 ‘정책 리스크’가 기업 활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제강국들이 백신 집단면역을 기반으로 본격 경기회복을 모색할 때, 과연 정부는 어떤 복안과 대책이 있는가. 내년만 걱정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