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말대로 등록임대 풀렸는데…서울 집값 고공행진 왜?

입력 2020-12-21 17:22
수정 2020-12-22 03:32
올해 말까지 46만8000가구의 등록임대주택이 자동 말소된다는 사실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자신하는 근거 중 하나였다.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등록임대사업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된 8월 18일 40만6000가구가 일시 자동 말소됐다. 나머지 6만여 가구도 지금까지 대부분 등록 말소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동 말소되는 등록임대주택 상당수가 시장에 매물로 공급되면 다른 부동산 정책과 함께 시장 가격 안정세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와 달리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KB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택 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6월 0.53%에서 7월 1.45%로 오른 뒤 8월 1.50%, 9월 1.42%, 10월 0.93%, 11월 1.66% 등 고공행진 중이다. 이달 첫째주(12월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0.37%)은 9월 둘째주 후 가장 큰 폭으로 뛰기도 했다.

등록 말소된 46만8000가구 중 서울 물량만 14만2000가구에 이른다. 정부가 8월 내놓은 부동산 공급 대책에서 2028년까지 수도권에 신규 공급하기로 한 주택(13만2000가구)보다 많다. 그런데도 왜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한 것일까.

등록 말소되는 임대주택 가운데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아파트는 극소수이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 경기도 임대주택 말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14만2000가구 등록임대주택의 82%는 다세대주택(5만3000가구)과 오피스텔(4만1000가구), 도시형 생활주택(2만3000가구)이었다. 아파트는 1만4000가구에 그쳤다. 경기도 역시 올해 말까지 등록 말소되는 10만9000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2만4000가구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수요가 적은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만 잔뜩 풀려서는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7월부터 시행된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제도가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등록이 말소된 임대주택도 세입자가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사례가 많아 매물로 이어지는 물량은 더 적다”고 전했다.

내년엔 등록임대주택발(發) 시장 안정 효과를 더 기대하기 어렵다. 등록 말소되는 주택이 총 11만5000가구로, 올해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서울은 3만6000가구에 불과하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