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감독 "괴물은 인간 안에…가장 기괴한 건 결국 마음"

입력 2020-12-21 17:14
수정 2020-12-22 00:47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션샤인’…. 2010년 이후 한국 드라마 시장을 뒤흔든 이응복 감독(사진)의 흥행작이다. 국내 드라마계에서 ‘흥행의 신’으로 손꼽히는 이 감독이 또 한번 흥행 신기록에 도전한다. 300억원이 투입된 넷플릭스 대작 ‘스위트홈’을 통해서다.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공개 3일 만인 지난 20일 ‘스위트홈’은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8위에 올랐다. 한국, 베트남, 필리핀, 카타르 등 8개국에선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멕시코 등 32개국에선 10위권에 들었다. 이 감독은 2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그 가치가 전 세계에 전달되고 소통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위트홈’의 원작은 12억 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이다. 총 10회로 구성됐으며 송강, 이진욱, 이시영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은둔형 외톨이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를 간 아파트에서 겪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담았다. 기괴한 모양의 괴물들이 나오는 ‘크리처’ 장르물에 해당한다. ‘도깨비’와 같은 로맨스물을 주로 만들었던 이 감독으로선 색다른 시도다.

그는 “작품에서 인간 간의 예의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남녀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며 ”결국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번 작품의 제작비는 넷플릭스의 국내 최고 흥행작 ‘킹덤’(2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작을 만드는 부담에도 이 감독은 과감하게 신인 배우 송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스타 배우보다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일치도)이 높은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송강 씨의 감정이 극중 현수와 가장 비슷해서 저도, 송강 씨도 자신감 있게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스위트홈’이 여타 크리처물과 다른 점은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과정이다. 각 캐릭터들은 내면의 강렬한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 그는 “사람 보고 ‘괴물 같다’고도 하지 않느냐”며 “인간 안에 괴물성이 나타나는 현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크리처로 시작했지만 주제 의식은 인간의 마음으로 귀결된다”며 “괴물과 싸울 때 정, 가족애 등이 발현되는데 이 부분에서 다른 크리처물과 차별화된 한국적인 특성이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괴물을 시각화하는 데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괴물의 움직임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괴물 안에 있는 본능과 욕망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괴물로 변한 것이므로 움직임에 인간성이 함께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점들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괴물 캐릭터를 개발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 사이엔 벌써부터 시즌 2 제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개 직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선 ‘스위트홈 시즌 2’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그는 작품 결말에 시즌2 제작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 감독은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다”며 “제작하게 된다면 시즌 1의 주제 의식을 좀 더 공고히 하고 보완해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tvN에서 방영될 드라마 ‘지리산’ 연출도 맡았다. ‘지리산’은 ‘킹덤’ ‘시그널’ 등을 만든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다. 전지현, 주지훈 등이 캐스팅됐다. 이 감독은 “김 작가가 넷플릭스와 작업한 ‘킹덤’이 워낙 잘됐는데 이번에 ‘지리산’으로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전지현, 주지훈 씨도 평소 같이하고 싶었던 배우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