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지폐를 전등 및 햇빛에 비춰 숨은 그림(은화)을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노씨엠에스는 자체 개발한 특수 안료(잉크)를 지폐에 넣어 위조지폐를 방지하는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회사다.
보안 인쇄시장에서 위조 방지에 쓰이는 물질을 ‘타간트(taggant)’라고 부른다. 타간트는 지폐의 위조를 막는 핵심 기술인 만큼 높은 수준의 품질이 요구되고, 진입장벽도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위스의 보안잉크 업체 시크파(SICPA)가 80% 이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노씨엠에스는 초기부터 SICPA의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06년부터 국내 지폐에 쓰일 수 있는 안료를 생산해 한국조폐공사에 납품하고 있다.
나노씨엠에스의 핵심 제품은 근적외선 흡수·반사 안료와 자외선 발광 형광 잉크다. 근적외선 흡수·반사 안료는 특정 파장대의 적외선을 쪼이면 지폐가 빛을 흡수해 어둡게 나타나도록 하는 물질이다. 자외선 발광 형광 잉크는 특정 파장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빨강 녹색 노랑 등의 빛을 내는 물질이다. 두 제품은 특허청의 물질 특허를 받았다.
2018년부터 유럽 유로화를 제조하는 일부 조폐창에서 이 회사 안료를 쓰기 시작했다. 러시아 이탈리아 터키 폴란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김시석 나노씨엠에스 대표(사진)는 “SICPA의 독과점에 반발해 다른 구매처를 찾는 국가가 늘고 있다”며 “인도 베트남 등 국가와도 내년 공급을 목표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노씨엠에스는 내년 상반기께 코스닥시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가 지난 17일 승인받았다. 김 대표는 “각국 중앙은행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쉽게 매출이 늘기 어렵지만 한번 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다”며 “내년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전 화학소재 업체에서 20여 년간 개발을 맡았던 연구원 출신이다. 원천 기술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첨단 신소재와 안료를 개발하기로 결심해 2003년 창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