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싱가포르에서 채용을 대거 늘리고 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강행 등으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리자 각 은행이 홍콩을 대신해 싱가포르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UBS와 JP모간의 싱가포르 내 채용 규모가 각 은행 홍콩 채용 규모보다 약 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등은 홍콩 대비 싱가포르 채용 규모가 두 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투자은행 임원은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위험을 분산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보안법 시행과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 등이 향후 투자 위험이 될 수 있어 이를 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채용기업 허드슨의 쳉유 샤오 싱가포르지사 부장은 “올해 들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기는 은행업 종사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금융·회계 분야 채용기업인 마이클페이지의 개빈 테오 싱가포르 부본부장은 “기존엔 홍콩 위주로 운영하던 금융회사들이 싱가포르로 옮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최근 은행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채용 여력이 생기면 (홍콩이 아니라) 싱가포르로 배정한다”고 말했다.
각 금융회사는 이런 움직임을 대부분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홍콩에서 급히 발을 빼는 모습이 포착될 경우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FT는 “각 은행은 중국 당국의 노여움을 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홍콩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기업 나이트프랭크의 엘라 셔먼 부사장은 “최근 한 홍콩 금융기업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기로 하고 건물을 물색 중”이라며 “대부분 고객이 조용히 일을 처리하길 원해 이 같은 움직임을 공론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6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 내에서 중국 정부 방침에 반하는 움직임을 감시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을 겨냥해 홍콩에 부여한 경제·통상 분야 특별 지위를 박탈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