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합정동에서 66㎡ 규모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씨(42)는 지난 17일 대출 안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소상공인에 포함돼 낮은 금리로 정부 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문자에는 햇살론 사잇돌 등 대출 상품명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문자 발신인도 한 시중은행 이름으로 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이 급감해 대출이 필요한 윤씨는 해당 은행 지점에 찾아갔다. 하지만 은행에서 “그런 문자를 보낸 적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가 받은 문자는 ‘메신저 피싱’이었다. “코로나 대출 해준다”고 유혹
코로나19로 영업 사정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노리는 메신저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중은행이라고 속인 뒤 정부 대출을 지원해준다는 식이다. 피싱 일당은 이후 앱 설치나 인터넷 링크 접속을 권유해 개인정보를 빼가거나 기존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선납금을 내라고 요구한다. 금융회사가 다수에게 문자나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는 일은 없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자영업자 사정이 어려워진 틈을 타 피싱 수법은 더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 상품명을 언급하는 사례가 많다. 1·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 특례보증 지원상품 등이다. 이들이 보낸 메신저 피싱 문자에는 “XX은행과 함께해주신 고객님께 감사 드린다. 고객님은 이번 정부가 지원하는 특례보증 지원상품 대상자”라며 “1, 2차 보증지원대출과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또 다른 메신저 피싱 일당은 한 저축은행 이름으로 대출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어 대출이 필요하면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앱 설치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이 문자를 받은 A씨는 “가게 사정이 어려워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메신저 피싱인 것 같다’고 해 연락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재난지원금으로 종합소득세 일부를 반환해준다’, ‘직원 1명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면 1년에 걸쳐 1000만원을 지원해준다’며 현혹하는 수법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자를 실제로 시중은행이 보내는 일은 없다. 앱 설치 권유도 대부분 사기지난 1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코로나19 관련 대출상품을 미끼로 소상공인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사기)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51)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B씨는 지난 4일 소상공인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저축은행 직원이라고 속인 뒤 1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C씨에게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 지원으로 8000만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기존 대출금을 먼저 정리하면 대출이 가능하니 현금을 찾아 우리 직원에게 건네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사가 정부 지원 대출을 권유하거나 앱을 설치하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사기인 만큼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링크를 눌렀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