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고진영의 저력…단 4개 대회 뛰고 상금왕 올랐다

입력 2020-12-21 17:47
수정 2020-12-22 00:43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종전에서 우승하면서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올 시즌 LPGA 투어에 4경기만 출전하고 거둔 쾌거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적어내 김세영(27) 등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LPGA투어 통산 7승째. 지난해 8월 CP여자오픈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거둔 우승이다. 시즌 최종전을 제패한 고진영은 한 해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챔피언에도 등극했다. 역대 최소 대회 출전으로 상금왕 등극 고진영은 우승 상금 110만달러(약 12억원)를 챙겨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시즌 상금은 총 166만7925달러. LPGA 투어에서 상금왕 2연패에 성공한 사례는 2012년과 2013년 박인비(32) 이후 고진영이 7년 만이다. 올 시즌 열린 18개 대회 중 4개 대회에만 출전해 이룬 상금왕이라 더욱 뜻깊다. 이는 역대 LPGA투어 상금왕 가운데 최소 대회 출전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3년 상금왕 안니카 소렌스탐의 17개 대회였다.

고진영은 코로나19로 시즌 초반 한국에 머물다 지난달에야 LPGA투어로 돌아왔다. 복귀 후 첫 대회인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34위로 부진했으나 이어진 볼론티어오브아메리카 클래식에서 5위, US여자오픈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극적으로 최종전 출전권을 따냈다.

US여자오픈 공동 준우승을 포함해 불과 1주일 사이에 158만7286달러를 벌어들인 고진영은 LPGA투어 통산 상금이 500만달러를 돌파했다. LPGA투어 통산 71번째 기록이다. 역대 1위는 2257만달러의 소렌스탐이다. 한국 선수로는 1673만달러의 박인비가 가장 높은 4위다. 준우승 김세영, 올해의 선수 차지이날 선두에 1타 뒤진 2위로 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견고하게 게임을 풀어갔다. 1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한 고진영은 6번홀(파5)에서도 1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9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다시 김세영과 동타가 됐다.

승부처는 11번홀(파4). 김세영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쳤고, 고진영의 티샷 역시 벙커로 향하며 나란히 위기를 맞았다. 김세영의 약 6m 파 퍼트가 왼쪽으로 빠지면서 타수를 잃은 반면 고진영은 4m가량의 파 퍼트를 넣어 1타 차 단독선두를 되찾았다. 고진영은 신들린 아이언샷을 앞세워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12번홀(파3)에서는 7번 아이언 티샷으로 공을 홀에서 2m 남짓한 거리로 보내며 타수를 줄였다. 13번홀(파4)과 14번홀(파5)에서도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3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고진영이 3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가자 김세영은 무너졌다. 15번홀(파4)에서 티샷이 오른쪽 카트 도로까지 밀리면서 1타를 잃었고, 선두와의 간격이 4타 차로 벌어지면서 승부의 추는 고진영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버디를 넣고 5타 차 완승을 마무리했다.

김세영은 비록 우승을 놓쳤지만 LPGA투어 올해의 선수를 차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12점을 얻어 이번 대회 전까지 1위였던 박인비를 6점 차로 따돌렸다. 이 대회 전까진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였던 박인비는 2언더파 286타, 공동 35위로 대회를 마쳤다.

약 한 달간 휴식기에 들어가는 LPGA 투어는 내년 1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비스타에서 막을 올리는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 토너먼트로 2021시즌을 시작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