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진정성은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와 같습니다. 방파제가 없다면 제품의 안전성이나 경영과 관련한 도덕성 시비 등 기업의 존폐가 달린 사건·사고의 파도가 일었을 때 대처할 수 없겠지요. PR은 기업의 진정성이라는 방파제의 설계 및 시공자 역할을 합니다.”
1984년 LG 홍보실에 입사한 뒤 35년간 PR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온 조재형 피알원 대표의 말이다. 최근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학지사)을 펴낸 조 대표(사진)를 영상 인터뷰로 만났다.
조 대표는 PR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선천적으로 거짓말하는 존재”라며 “조직과 기업의 일관된 원칙을 널리 알려 신뢰를 창조하는 소통 전략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론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나오는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성), 에토스(신뢰)를 차용했다. 로고스는 커뮤니케이션 발신자의 논리적 설득, 파토스는 수신자의 심리 이용, 에토스는 진정성을 얻는 공신력 전략에 해당한다.
“대다수 광고가 로고스 전략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습니다. 코카콜라는 ‘비만의 주범’이란 이미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파토스 전략을 썼습니다. 산타클로스, 북극곰 광고처럼요. 유한킴벌리는 에토스 전략의 전형입니다. 화장지와 생리대 등을 생산하면서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죠.”
조 대표에 따르면 PR의 성공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고를 봤느냐’가 아니라 ‘광고를 본 뒤 검색했느냐’다. 수년 전만 해도 PR 업계에선 도달률만 생각했다. 도달률이란 일정 기간 내에 특정 광고를 한 번이라도 접촉한 사실이 있는 개인이나 가구의 비율이다. 이젠 ‘이왕이면 진정성 있게, 윤리에 어긋나지 않고 공정하게 만드는 회사’의 제품을 택한다. 인터넷의 PR 정보가 넘쳐나고, 누구나 SNS를 통해 PR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뒷광고’ 논란도 SNS에서의 PR 위상이 강화된 방증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바람이 PR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오히려 기존 대면 방식의 업무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기업 간 교류, 지역사회 간 소통, 정부기관과의 연락 등 비대면과 인공지능(AI) 업무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그런 부분을 채우는 게 PR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PR 회사들이 선호하는 인재상으로는 “인문사회학 지식과 다국어 능력을 갖추고 사회문제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사람”을 꼽았다. 조 대표는 “어느 나라에서든 소비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의 전략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온·오프라인 공간을 가리지 않는 창의적 기획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