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2위 김세영(27)과 1위 고진영(25)의 세계 여자골프 패권 다툼이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이어졌다.
두 선수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3라운드에서 1타 차 접전을 벌였다. 전날 공동 2위였던 김세영은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였다. 사흘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쳐 고진영을 밀어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2라운드 선두였던 고진영은 이날 3타를 줄였지만 김세영에게 밀려 12언더파 204타 단독 2위에 자리했다.
고진영과 김세영의 ‘2강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른바 ‘투(two)영 체제’다. 세계랭킹 3위 박인비(32)가 이날까지 중위권에 머물면서 대회가 끝난 뒤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포인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골프를 구사하는 고진영이 ‘방패’라면 공격적인 골프를 구사하는 김세영은 ‘창’에 비유된다. 완전히 다른 경기 스타일을 내세운 세계 1, 2위의 각축전에 현지 언론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세영은 경기 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고)진영이를 14세 때 처음 만난 것 같다. 좋은 친구 사이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봤을 때 어린 나이에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고진영은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신인 때부터 같이 경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결과에는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고진영이 단독 10위 이하의 성적을 내고 김세영이 우승하면 세계 1위에 등극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고진영이 워낙 선전하고 있어서다. 다만 김세영이 우승하면 상금왕, 올해의 선수 등을 차지할 수는 있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10만달러(약 12억원). 올 시즌 3개 대회에만 출전해 상금 순위 13위에 오른 고진영이 이번에 우승하면 4개 대회 출전만으로 상금왕이 될 수 있다. 세계랭킹에서도 김세영과 격차를 더 벌려 장기집권에 들어가게 된다.
두 선수 모두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김세영은 “오늘 굉장히 좋은 라운드를 했다”며 “좋은 위치에 있고, 좋은 기회니까 잘 준비해서 좋은 플레이로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김세영과) 함께 경기하면 즐겁다”며 “좋은 기억이 많고 가까운 사이지만, 대회인 만큼 코스 위에선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우승 의지를 보였다.
조지아 홀(24·잉글랜드)이 10언더파 3위, 호주동포 이민지(24) 등이 9언더파 공동 4위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3)는 8언더파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시즌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 1위인 박인비는 3언더파를 쳐 유소연(30), 신지은(28) 등과 공동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