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인도에서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계급 소녀를 잔혹하게 강간·폭행한 뒤 숨지게 한 관련 피의자 4명이 기소됐다. 달리트 출신 피해 소녀는 19살에 불과했다.
19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중앙수사국(CBI)은 전날 이 남성들을 강간 및 폭행, 살인 혐의로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에 있는 특별법원에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피해 소녀는 집 근처 들판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발견됐다. 소녀는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달 말 끝내 숨졌다. 당시 소녀는 혀가 잘리고 척추를 다치는 등 피해 정도가 심각했다고 전해진다. 피의자 4명은 이 소녀보다 계급이 높은 카스트 소속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 전역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성폭력 근절과 달리트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온라인에서도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항의글이 빗발쳤다.
이러한 가운데 우타르프라데시 주경찰이 "포렌식 수사 결과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초 수사 발표와 다르게 밝히자 민심은 더 큰 분노로 가득 차게 됐다.
또 같은 주에서 달리트 출신 여성이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사망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민심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 사건은 결국 주경찰에서 중앙수사국으로 이첩됐다.
달리트는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등 인도의 전통적인 카스트 분류에는 끼지도 못할 정도로 최하층민이다.
인도는 헌법을 통해 카스트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는 오랜 폐혜가 뿌리깊게 남아있는 상태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도에서 발생한 성폭한 사건은 경찰에 집계된 것만 3만3977건에 달한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