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000만원 세금 피하려 '위장이혼'…남편 실형·부인 벌금

입력 2020-12-18 19:03
수정 2020-12-18 19:04

체납 세금 1억6000여만원의 납부를 피하려 위장이혼까지한 40대 부부에게 법원이 각각 실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신진화 판사)은 지방세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모씨(47)에게 징역 1년을 부인 김모씨(44·여)에게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씨는 2003년 설립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 1억5843만원을 2014년부터 납부하지 않고 위장이혼 등의 수법으로 납세를 피해왔다.

원씨는 서울 곳곳에 주택 2채와 상가·토지 등을 매입해 부인 김씨와 어린 딸(9)의 명의로 등록했다가 2017년 3월 서울시의 현지 조사를 당했고, 이후 이들 부부는 법원에 협의이혼 신청서를 제출해 주택, 상가에 대한 남편 원씨의 지분을 0%로 만들고 부인 김씨만이 딸의 양육권을 갖도록 했다.

겉으로는 원씨가 재산이 없고 딸 명의의 재산에 대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과세 당국의 체납 처분 집행을 피하려 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위장 이혼한 것이 아니라 원씨의 무능으로 오랜 갈등 끝에 협의이혼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로 경제활동을 이끌어온 것은 원씨였고, 김씨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상태에서 각 부동산을 구입하게 됐는데 실제로 동원된 구입자금은 원씨 측에서 들어온 것"이라면서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상당한 소득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근거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은 부동산이 공동재산으로 취급되는 것을 피하려고 다급히 협의이혼 신고에 이르렀다"면서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들과 그 친척들은 말도 되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자신들의 범행을 또다시 은폐했다. 원칙적인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