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두 배 늘린 호스펌프 개발...“비싼 호스 버리는게 아까워 연구했죠”

입력 2020-12-23 08:00


2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당동의 한 낡은 조립식 건물. 난방시설도 없는 90㎡ 남짓 공간에서 이수연 퍼시오 대표(사진)가 호스펌프 케이스를 조립하기 위해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다. 호스펌프 제조기업인 퍼시오는 이달 초 펌프에 사용하는 특수호스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신개념 펌프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펌프는 프로펠러를 돌려 액체를 이송하는 원심형과 피스톤이나 기어로 액체를 보내는 용적식으로 나뉜다. 이 회사의 제품은 호스를 롤러로 밀어 액체를 흘려 보내는 용적식 펌프다. 손으로 치약 튜브를 눌러 짜듯이 펌핑하는 구조다. 이 제품이 사용하는 호스는 일반 호스펌프 보다 수명이 두 배 이상 길다. 일반 펌프의 호스는 평균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교환해야 한다. 롤러가 호스를 한 방향으로만 반복하며 누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호스에 금이가거나 파손된다.

이 대표는 롤러에 닿는 호스의 방향을 주기적으로 바꾸면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이 대표는 “23년간 펌프 회사에서 현장을 다녔는데 대부분 지하실나 폐수처리장 등에 펌프가 있어 호스 교체 작업이 까다로웠다”며 “호스의 수명을 최대한 길게 만들자고 고민하다가 직접 제품까지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반 호스펌프는 호스를 교체하려면 펌프를 분해하고 호스를 뺏다가 다시 끼워야 한다. 펌프 안의 롤러가 호스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펌프를 분해하려면 평균 1시간 이상 걸린다. 대부분은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호스 전체를 교환한다. 이 회사 제품은 펌프를 분해하지 않고 호스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외부 볼트를 돌려 펌프를 분해하지 않고 롤러와 호스를 분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롤러와 호스가 떨어지기 때문에 세척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은 기계를 작동시켜 물이나 스팀을 호스에 흘려보내 세척하지만 이 회사 제품은 펌프 작동 없이 청소가 가능하다. 흡입력(깊이 9.8m 펌프 가능)이 우수하고 호스에만 액체가 흘러 펌프가 부식될 우려도 없다.

호스펌프는 식품, 제약, 바이오, 환경 분야 등 다양한 산업에서 쓰인다. 식품 분야에서는 알갱이가 있는 액상이나 소스, 고추장, 된장 등 점도가 높은 액체를 이송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 대표는 “호스가 특수재질이어서 가격이 100만원대(지름 40㎜, 길이 1.8m)로 비싸기 때문에 호스의 수명을 늘리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호스 크기에 따라 소형과 중대형 등 다양한 모델의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