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주유·드론 택배…정유사, 생존 몸부림

입력 2020-12-18 17:31
수정 2020-12-25 19:06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4일부터 프리미엄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예약 주유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방문할 주유소와 주유 금액을 블루앱에 입력한 후 사전 결제한 뒤 주유소에 도착해 직원에게 예약 내역만 얘기하면 주유서비스가 진행된다. 예약 주유는 L당 최대 30원의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직접 신용카드를 주고받으며 결제하는 대면 절차가 생략된 데다 이용도 간편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주유, 세차, 정비 등 한정된 역할에 머물렀던 주유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을 계기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사전예약제, 드라이브스루, 프리미엄 세차 등 비대면 서비스가 빠른 시간 내 자리잡았다. 드론과 전기자전거 정비 등 신기술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복합 공간으로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주유소 변신의 가장 큰 특징은 코로나19 사태로 폭넓게 도입된 비대면 서비스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직영주유소에서 주유 예약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SK에너지의 휴대폰 앱인 머핀은 휴대폰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주유소에 진입하면 머핀 앱이 자동 실행되고 음성 주문만으로 주유가 가능한 서비스도 구축했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드라이브스루가 가능한 주유소 입점 패스트푸드 매장 20여 곳에서 약 20%였던 드라이브스루 고객 비중이 최근 50%까지 늘었다. 출장세차 등 비대면 프리미엄 세차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손세차와 출장세차 등 프리미엄 세차시장은 연간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8월부터 공유 전기자전거 업체인 일레클과 제휴해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주유소 유휴 공간을 활용해 전기자전거 주차와 대여, 반납을 위한 일레클존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GS칼텍스도 지난 8월부터 전국 주유소 다섯 곳에 카카오모빌리티 전기자전거인 ‘카카오 T바이크’ 배터리 충전시설을 시범 설치했다. 지난 10월부터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드론과 로봇을 결합한 배송서비스도 선보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쿠팡과 협업해 주유소 22곳을 로켓배송 거점으로 쓰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유소의 변신은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전국 곳곳에 있는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새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절박한 시도라는 것이 정유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전국 주요 거점에 자리잡고 있어 물류, 정비 등 다른 서비스와 쉽게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가 지난 3분기까지 낸 누적 영업손실은 5조원에 육박한다. 창사 이래 역대 최악 실적이다.

주유소의 변신은 전 세계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글로벌 대형 정유업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자체적으로 보유한 소매 주유소를 더욱 늘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P는 2030년까지 주유소를 지금보다 50% 증가한 2만9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유소 네트워크를 유통망으로 활용해 식품 및 물류 등 리테일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