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프로젝트 ‘스타링크’의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북미 일부 지역에서 광대역 위성통신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통신망이 닿지 않았던 농촌 등 오지에서도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타링크를 사용하는 비용은 △지상용 통신장비 구입 499달러(약 55만원) △월 이용료 99달러(11만원)다. 기지국 통신망이 닿지 않는 오지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속도도 일반 인터넷 서비스에 뒤지지 않는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링크 서비스의 현재 속도는 50Mbps(초당 메가비트)~150Mbps, 지연시간은 40~20ms가량이다. 지난해 국내 4세대 이동통신(LTE) 평균 속도(다운로드 기준 158.53Mbps)에 버금간다. 스타링크의 정식 서비스는 내년께 시작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통신위성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스타링크의 속도를 1Gbps(초당 기가비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지역)도 전 지구로 넓힐 계획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원격으로 수술을 받고, 자율운항 선박을 즉각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의미다.
스페이스X는 통신위성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총 900대가량의 통신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스타링크는 한 번에 60여 대의 통신위성을 모아 발사하고 있다.
스페이스X, 원웹 등 위성통신 업체들은 지상 200~2000㎞의 저궤도 위성통신을 이용한다. 2000㎞ 이상의 중궤도 위성이나, 3만6000㎞ 상공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공전하는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가 가까워 전파 왕복 시간이 짧다는 게 저궤도 위성의 특성이다. 위성 한 기의 커버리지가 좁다는 한계가 있지만 위성 크기 소형화, 발사체 재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 등으로 최근 들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됐다.
위성통신이 차세대 통신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지상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을 벌이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싸움터도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위성통신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구 전 지역을 넘어 우주로 서비스 영토를 넓힌다는 목표다.
지난해부터 ‘카이퍼 프로젝트’를 가동 중인 아마존은 16일(현지시간)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쓰는 고객에게 제공할 위상배열 안테나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안테나의 지름은 30㎝, 데이터 처리량은 최대 400Mbps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2029년까지 위성 3236개를 띄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직까지 통신위성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1990년대 위성통신 프로젝트 ‘텔리데식’을 추진하다 사용자 수요가 예상을 밑돌자 접었던 MS는 스페이스X, SES 등 각종 위성 업체와 손잡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10월에는 스타링크 서비스와 연결할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 ‘애저 모듈러 데이터센터(MDC)’를 발표했다. 오지에서 군사 임무, 광물 탐사 등을 하는 사용자도 위성통신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개발자들이 위성 발사 전 네트워크 시뮬레이션에 쓸 수 있는 솔루션 ‘애저 오비털 에뮬레이터’도 공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