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A씨 부부. 요새 매일 삼성전자를 놓고 씨름한다. 아내는 얼른 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남편은 삼성전자를 사려고 이미 투자한 종목을 팔기 싫다. 두 달 이상 지루한 기간 조정 양상이지만 내년 봄까지 한 번은 크게 뛸 거란 생각에 갈아타고 싶지 않다.
아내는 그 종목으로 손해를 본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수익이 났으니 이제 ‘안전한’ 종목에 투자하자고 다그친다. 남편은 안전한 주식이 어디 있느냐고 맞선다. 설득에 실패한 아내는 하는 수 없이 쌈짓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몇 주씩 사모으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 턱밑까지 뛰는 동안 삼성전자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 4일엔 종가 기준 사상 처음 7만원을 돌파했다. 8일부터는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숨고르기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17일 대신증권이 9만5000원으로 높였고 이튿날 한화증권은 9만2000원을 새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아직 10만원을 부른 증권사는 없다. 하지만 5월 말부터 목표주가 컨센서스(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가 계속해서 상승해온 점을 감안하면 10만원도 불가능하지 않은 분위기다.
실적 개선 전망이 목표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 영업이익을 45조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 영업이익 전망치 35조9000억원에 비해 9조원 이상 많다. 50조원으로 전망한 곳도 있다는 전언이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코로나19로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내구재 수요 폭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행을 못 가니까 TV, 자동차, 가구 등을 바꾸는 사람이 많고 그 수혜가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애플이 아이폰 수요가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 여유 재고를 확보하려고 부품 주문량을 135% 늘리는 식의 ‘채찍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수세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상황이란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최근 며칠간 외국인이 팔고 있긴 하지만 단기 가격 부담에 따른 속도 조절로 봐야 한다”며 “외국인은 수출이 좋을 때 삼성전자 등 한국 주식을 선호했는데 내년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매수 자금 중 지수 비중대로 사는 패시브 자금이 많다는 점도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지수 3000을 기정사실처럼 여긴다. 현 수준에서 10%만 상승하면 된다. 삼성전자 주가도 10% 뛰면 8만원대 초반이다. 거꾸로 계산해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이 되려면 코스피지수는 3300 정도 돼야 한다. 삼성전자가 시장을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하면 코스피지수가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도 10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
JP모간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3200선을 뚫을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요약하면 삼성전자 주가 10만원 시대가 생각보다 일찍 올 수도 있다.
물론 실적 개선을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외국인의 변심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다. 이런 점은 당연히 경계해야겠지만 “삼성전자는 무거운 주식이라 여기서 올라봐야 얼마나 가겠어”라는 예단도 피해야 할 듯싶다. 삼성전자가 다른 종목처럼 화끈한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A씨 부인처럼 ‘안전한’ 투자를 원한다면 주가 10만원을 목표로 삼아 베팅해볼 만하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