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에 이어 전북 순창군에서 코로나 감염 공무원이 직위해제의 중징계를 받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확진자를 보면 누구라도 자율적으로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하고, 공직은 좀 더 수범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처벌적 강경 대응이 아직 갈 길이 먼 코로나 방역에 도움 될지 의문이다.
해당 시·군의 징계사유에는 ‘직무수행 능력 부족’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 초래’ 같은 내용이 있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행 질병의 감염까지 죄악시하고 고질적 ‘왕따’문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안 그래도 우리 사회 일각의 ‘과잉 위기감’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던 터였다.
과학적·합리적·이성적으로 대처할 일에 ‘희생양 만들기’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게 됐다. 연초 대구의 집단감염 때 제기된 ‘지역 봉쇄론’이나 일부 사업장에 대한 무분별한 폐쇄조치에 이어진 이런 현상에 “파시즘적 전체주의 기류의 전 단계”라는 지적이 과장된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응징 처벌’하자면 감염경로도 확인 안 된 채 확진판정을 받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앞서 감염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퇴진 대상자인가.
지금 주력해야 할 일은 백신확보를 위한 국가적 노력이다. 아울러 노약 감염자 등을 위한 응급치료체계를 재점검하면서 부족한 병상을 합리적으로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요 국가들이 속속 백신접종을 시작한 와중에도 한국은 이 겨울을 백신 없이 보내게 됐다. 허점투성이로 드러난 이른바 ‘K방역’ 홍보에나 열을 올렸을 뿐, 정부가 백신확보의 중요성을 몰랐거나 국제사회에서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이런 판에도 ‘코로나 수당’을 차등 지급하면서 “정부가 또 의료계에서 편가르기 하나”라는 불필요한 억측까지 듣고 있다.
정부는 대중집회나 종교모임에 선별 대응해오다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백신확보는 말뿐인 채 방역행정 전반이 갈팡질팡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를 정부만 모르나. 1970, 1980년대 학생주임 단속 같은 헛발질 그만하라”는 비판까지 올라있다. 냉철하게 과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감염자는 더 숨게 될 것이다. 공무원 중징계에서 광기 어린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코로나 극복이 중차대한 과제이지만, 비상식적 방역행정이 어떤 상흔과 후유증을 남길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