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 아냐"…민경욱에 투표용지 전달 참관인 '징역형'

입력 2020-12-18 17:29
수정 2020-12-18 17:30

지난 4·15 총선 때 투표용지를 몰래 반출해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내에서 투표용지 절도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투표용지를 당시 민경욱 의원에게 전달한 것은 공익 신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야간방실침입절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이모(65)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3년6월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8시간 분량 폐쇄회로(CC)TV를 모두 확인한 결과 모르는 이에게 투표용지를 받았다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종래 없었던 사건으로 정치적 음모를 양산할 수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인 견해를 자유롭게 가질 수 있으나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을 허위로 만드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이 투표용지를 당시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것은 공익 신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훔친 것은 투표용지 6장이 아니라 선거 공정성이자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일부 유튜버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재판부는 "동영상 공유서비스 등의 플랫폼이 제공·활용하는 추천 알고리즘 부작용과 일부 콘텐츠 제공자의 지나친 경제적 욕심이 맞물리면서 소위 '가짜뉴스' 폭증, 더 심각하게는 자신의 기존 지식과 다른 정보는 무조건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태도 증가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며 "특히 이러한 폐해는 정치적 사안에서 그 정도가 심하고 이는 우리 정치 현실을 극단주의와 혐오주의의 장으로 인도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 4월15일과 16일 사이 구리시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를 보관한 구리체육관 체력단련실에서 수택2동 제2투표구 잔여 투표용지 6장을 훔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앞서 민경욱 전 의원은 "세상이 뒤집어질 증거"라며 투표관리인 날인 없이 기표되지 않은 비례투표용지를 공개한 바 있다. 이 투표용지를 제공한 게 이씨였다.

당시 민경욱 전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사평론가 이봉규 씨는 "이씨의 행동은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과 견줄만 하다"고 평가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